중국 3분기 성장률 충격적 수준? 발표 돌연 연기한 배경은 [Market Watch]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다음달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어 세계 각국이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에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경제 지표나 금리 결정이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먼저 돌연 발표가 연기된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이 공개될 전망이다. 중국이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발표를 늦추자 3분기 성장률이 충격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7일에는 연준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9월에 사상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ECB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재차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은 일본은행(BOJ)도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치솟는 엔·달러 환율과 물가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재차 금리를 동결할 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자가 다음주 주목해서 봐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를 정리했다.
◇체크포인트 1: 발표 한 차례 미룬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에 관심 집중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경제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지난 18일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하루 전 발표를 미룬다고 밝혔다. 이날 3분기 성장률과 함께 발표 예정이었던 9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9월 고정자산투자 다른 경제 지표도 발표를 줄줄이 연기했다.
갑작스럽게 주요 지표 공개를 미루자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 대회는 16일 개막했는데, 대회 도중 발표되는 3분기 성장률이 신통치 않을 경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시 주석의 3연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뤄놓은 3분기 성장률 통계를 언제 발표할 지에 대해 중국측은 확정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르면 24일 발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중국측이 발표를 훨씬 미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발표가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해묵은 ‘통계 조작’ 논란이 벌어져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마냥 미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또한 당 대회도 22일 막을 내렸다.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1분기에 4.8% 성장했지만 2분기에는 0.4%라는 충격적으로 저조한 수치가 나왔다. ‘경제 수도’ 상하이 봉쇄령 여파가 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 5.5%는 달성이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중국의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내다봤는데, 발표가 미뤄진 걸 보면 이보다 더 낮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를 둘러싸고는 암울한 전망이 많다.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이달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존 3.3%에서 3.2%로 낮췄고, 앞서 지난달 세계은행(WB)은 기존 4%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 정부의 목표치(5.5%)보다 국제기구의 전망치가 훨씬 낮다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기저 효과를 얻기는 했지만 작년 한해 중국 성장률이 8.1%에 달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성장률이 나올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악화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중국 성장률이 1% 하락할 때 우리 성장률도 0.1~0.15%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적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에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3분기 GDP를 발표한다.
◇체크포인트 2: ECB 2연속 자이언트 스텝 밟을까
요즘은 ECB의 통화 정책도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ECB는 지난 7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아 6년간 유지한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나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어 지난달에는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해 두 달 사이 금리를 1.25%포인트나 올렸다.
ECB의 금리 인상 행보가 어디까지 도달할 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관심이 크다.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달러 강세가 완화되려면 달러와 가장 거래가 많은 통화인 유로화가 평가 절상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2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해 기준금리를 연 2%로 올려놓으리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워낙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긴축의 고삐를 강하게 조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극심한 에너지난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9.9%)은 역대 최고치였다.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ECB는 통화 긴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해설이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폭주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은 최선의 수단”이라고 말하며 높은 폭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오는 12월까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유로존 기준금리가 연말에 연 2.75%까지 높아진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유로존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기 힘들 것”이라며 “정책이 더 경기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인플레이션은 안정되고 유로존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에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재정이 부실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 ECB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국채 이자를 갚기가 어려워져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지는 회원국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체크포인트 3: 일본은행은 ‘제로 금리’ 고집할까
ECB가 6년간 유지한 ‘제로 금리’에서 벗어난 것과 달리 일본은행은 여전히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일본의 9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3% 올랐다는 발표가 나왔다. ‘버블 경제’가 끝나던 무렵인 1991년 8월(3%)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만성적인 저성장에 시달리는 일본은 올해 세계를 강타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다른 선진국들보다는 적게 받고 있다. 그래도 예년보다는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해 원자재·원유·식량 수입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 결국 9월에 3%대에 진입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워낙 엔화가 약세를 보여 수입 물가가 진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초만 해도 115엔 안팎이던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21일 이틀째 달러당 장중 150엔대를 넘어섰다. 엔화 가치는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가 오르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일본 경제를 둘러싼 경보음이 커졌지만 이달에도 일본은행이 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낮다. 21일 NHK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에너지와 식료품, 내구재 가격 상승률이 연말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에는 밀어 올리는 효과가 줄어 오름폭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인식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 목표를 지속·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금융완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워낙 국채 발행량이 많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차액만큼 평가 손실이 발생해 재정난이 훨씬 심각해진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규모(GDP) 대비 국가채무가 263%에 달했다.
일본은행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풀어놓는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과의 금리 차이가 점점 벌어져 엔·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일본이 제로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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