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로 병원에 갇힌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택.. '재난 그 이후'[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을 물에 잠기게 했던 지난 여름 폭우를 기억하시나요. 가장 안전해야만 하는 주거공간에서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도 이어졌죠. 짧은 시간 동안 예상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 것이 문제였지만, 국가의 재난 대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피해를 더 키웠습니다.
2005년 8월 미국에서는 1200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기록적인 재난이 있었죠. 태풍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남부는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습니다. 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재난, 그 이후>는 카트리나로 인해 병원에 고립된 의료진과 환자들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메모리얼 병원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도심에 있는 7층짜리 병원입니다. 오래됐지만 견고하게 지어졌죠. 태풍이 올 때마다 시민들은 이 병원에 대피해 하룻밤을 보내며 불안을 달랬습니다. 카트리나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약 2000여명이 시민이 병원으로 모입니다. 간호부장이자 병원 재난대비위원회 위원장인 수전 멀더릭은 일사불란하게 직원들을 지휘합니다. 저층에 있는 발전시설이 끊길 것에 대비해 예비전력을 확인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구역으로부터 직원들을 제때 대피시키죠.
카트리나가 들이닥친 첫날인 2005년 8월25일 일요일.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긴 했지만 별다른 사상자는 없이 태풍이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화요일이 되자 도시 전체에 물이 들어찹니다. 뉴올리언스를 보호하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시는 호수처럼 변해버리죠. 수륙양용차나 배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게 되면서,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완벽히 고립됩니다.

드라마는 이 재난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병원 밖에서는 총소리가 들리고, 방송에서는 무법지대가 된 도시에서 약탈과 살인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병원에 대피한 2000여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도 충분한 물과 식량을 나눠줄 것을 요구하지만, 물은 200여명의 환자들에게 우선 공급돼야 합니다. 안전요원들은 총을 들고 환자들과 의료진을 지킵니다.
환자들의 상태는 점점 위독해져 가지만, 이들에 대한 구조의 손길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메모리얼 병원을 소유한 회사는 비용 문제 때문에 헬기를 보내지 않습니다. 정부나 군에서 보내온 헬기로는 몇십명의 환자를 겨우 대피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의료진은 하루에 한 두 시간만 잠을 자면서 8층에 있는 헬기착륙장까지 환자들을 나릅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주 정부는 배를 보내 모두를 대피시켜주겠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하지만 하루 안에 모두가 대피하지 않으면 그 이후 대피를 책임져줄 수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병원 탈출에 성공하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들은 병원에 남게 됩니다. 애나 포 박사를 포함한 일부 의료진은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드라마의 결말은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지만, 글에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급박한 재난 상황에 몰입해서 정신없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마지막엔 꽤나 묵직한 질문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재난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들을 하는가, 그 선택들은 옳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의료진이라면, 환자라면, 환자의 가족이라면 어떤 입장을 취할까. 질문에 스스로 답하다보면 우리사회가 재난 속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몰아보기 지수 ★★★★ / 회당 길이가 40분으로 꽤 길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어볼 수밖에 없음.
리얼리티 지수 ★★★★★ / 메모리얼 병원 한 가운데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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