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고, 4가지 관전 포인트..그 안엔 中의 고민도 담겼다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2. 10. 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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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짧아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한 개막 연설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지난 16일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불과(?) 104분(1시간 44분)에 달하는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왜 '불과'라고 하냐면 지난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3시간 24분에 달하는 마라톤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령의 장쩌민 전 주석이 지쳐서 하품을 하고 후진타오 전 주석은 보고를 마치고 들어오는 시 주석에게 웃으면서 '너무 오래했다'고 말하는 듯 시계를 가리켰다.

집권 후반 5년을 시작하는 시진핑이 워낙 할 말이 많았기 때문에 발생한 에피소드다. 당대회 업무보고는 지난 5년간의 주요 실적과 향후 5년간의 중점 목표를 총망라하는 주요 보고다.

알고 보니 이번 업무보고 전문은 19차 당대회 때의 68페이지보다 많은 72페이지에 달했는데, 시진핑은 축약본을 100여분 동안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곧 3연임도 확정될 테니 시진핑도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실제 이번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표정을 봐도 5년 전보다는 여유와 원숙함이 묻어 나왔다.

이번 업무보고는 제목부터 중국 공산당의 생각이 한눈에 드러난다. 제목이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높이 들고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건설을 위해 단결·분투하자'다. 특히 중국식 현대화, 과학기술 자립·자강, 강군건설, 대만통일 등이 핵심 키워드다. 시진핑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중국의 약점도 재밌다.

72페이지에 달하는 시진핑 당대회 업무보고의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자.

1.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중국식 현대화'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의 중심 임무는 중국인민을 단결시켜서 전면적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고 두 번째 100년 목표를 실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후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달성하고 신중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두 개의 100년 목표를 내세웠다.

시진핑은 지난해 샤오캉은 이미 달성했으니 앞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다.

시진핑은 업무보고에서 중국식 현대화의 특징도 설명했다.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현대화로서 글로벌한 성격도 있지만, 중국만의 특색이 더 짙은 현대화다. 즉 △인구규모가 거대하고 △전체 인민이 공동부유(共同富裕)하고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아우러지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고 △평화롭게 발전하는 현대화다.

특히 '공산당이 이끄는', '전체 인민이 공동부유'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시진핑은 2035년까지 경제력, 과학실력, 종합적인 국력을 대폭 향상시키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큰 폭 늘려 중진국 수준에 이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첨단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실현해, 혁신형 국가의 선두 반열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구조를 현대화해서 산업화·정보화·도시화·농업현대화를 실현시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통해서 △고품질 발전을 실현해서 △중국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 과학기술은 최고의 생산력
중국식 현대화를 누가 실현시킬지는 나왔다. 중국 공산당이다. 그럼, 중국식 현대화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여기서 과학기술이 나온다.

시진핑은 △과학기술은 최고의 생산력이며 △인재는 최고의 자원이며 △혁신은 최고의 원동력이라며 △과학교육을 통한 국가 부흥 정책, 인재강국 전략, 혁신구동형 발전전략을 심도 있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이 강조한 건 과학의 자립·자강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제재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중국의 위기감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시진핑은 공산당이 주축이 돼서 과학기술 업무를 통일성 있게 관리하는 거국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이 틀 안에서 국가전략으로서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또한 국가의 전략적인 수요 위주로 역량을 집결해서 핵심 기술의 난관을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중국 공산당이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진두지휘할 것이며 반도체 등 중국이 필요한 핵심 기술 위주로 연구개발에 나서겠다는 말이다. 앞으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정부 주도형 혁신의 한계다. 정부가 주도하는 혁신 시스템에서는 경계와 한계에 갇히지 않는 창의적인 혁신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얼마나 핵심 기술 자립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3. 국방·군대의 현대화와 대만통일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 키워드는 '현대화'다. 시진핑은 국방·군대의 현대화를 강조하는 등 업무보고 곳곳에서 현대화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시진핑은 인민해방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육성하는 것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략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미국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사실 시진핑이 말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국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국의 국방전략도 엿볼 수 있다. 시진핑은 기계화·정보화·스마트화를 통해 군사이론·군대조직·군인·무기장비의 현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양적인 규모보다는 현대화된 무기 시스템 구축에 매진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진핑은 조국통일, 즉 대만통일 추진도 언급했는데, 먼저 '평화통일, 일국양제'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와 중화민족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무력사용을 포기하겠다는 보장은 절대 할 수 없으며 필요한 일체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겠다고 강조했다. 무력통일을 공언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대만통일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부분이다.

한편 시진핑이 '통일'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2300여 전국대표들이 가장 큰 박수 소리로 호응하는 등 중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만통일은 시진핑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업적이면서 무력통일 시도가 실패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후폭풍으로 기존의 공적을 모두 상실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2016년 대만 분리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평화통일은 당분간 어려워진 상태다.

대만 문제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대립 중인 한반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대만 통일 정책을 주시해야 할 것 같다.

4. 시진핑이 말한 중국의 곤란한 문제와 도전
72페이지 달하는 업무보고서를 보면서 인민민주, 법치주의 추진 등 의미없는 형식적인 표현도 보였지만, 유독 호기심을 자극하는 솔직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바로 시진핑이 말한 중국의 곤란한 문제다. 시진핑은 △고품질 발전 추진에 수많은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과학기술 혁신능력이 우월하지 않고 △식량·에너지·산업사슬·공급사슬의 안전성에 해결해야할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과학기술 혁신능력과 산업사슬·공급사슬은 주로 반도체 등 첨단 IT분야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약점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진핑이 공산당원에게 경고를 날린 부분도 눈에 띈다. 시진핑은 일부 당원·간부가 △담당(책임) 정신이 부족하며 △투쟁 역량이 강하지 않고 △착실하게 일하지 않으며 △형식주의·관료주의 현상이 뚜렷하다고 경고하면서 부패가 번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임무가 여전히 어렵고 막중하다고 속내를 공개했다. 당대회 연설 후 72페이지에 달하는 연설문을 공부하고 있을 중국 공산당원 중에 뜨끔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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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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