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스보다 낫다".. 전면전 공포에 각국, 천무 다연장로켓 '주목'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0. 22.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수십년간 지속된 전쟁의 규칙이 달라지고 있다. 이라크전쟁 이후 약 20년 만에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규모 전면전에 필요한 전차, 자주포, 보병전투차 등의 중화기가 전쟁에서 꼭 필요한 무기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동유럽을 중심으로 중화기 수요가 폭증하는 이유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하이마스 로켓을 미군 장병들이 살펴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대표적인 무기가 다수의 로켓탄을 발사해 먼 거리의 적군을 단번에 초토화하는 다연장로켓(MLRS)이다. 

서방은 러시아처럼 다연장로켓을 중시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거리 포병 사격이 전투 상황을 바꿔놓으면서 동유럽을 중심으로 다연장로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폴란드가 지난 19일 한화디펜스와 천무 다연장로켓 288대를 구매하는 기본계약을 맺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천무가 유럽에 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란드는 왜 천무를 선택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의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폴란드는 장거리 포병 전력의 중요성에 주목, 미국 록히드마틴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500대 도입을 결정했다.

미국이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하이마스는 오시코시 트럭에 정밀유도로켓 6발을 탑재한 다연장로켓이다. 
육군 천무 다연장로켓이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군 탄약고와 지휘소, 보급로를 정밀타격했다. 대규모 포병화력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붙이던 러시아군은 큰 타격을 입었고, 공세 강도가 둔화됐다.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 등에서 반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하이마스의 활약 덕분이라는 평가다. 장거리 기동과 험지 주행이 가능한 특수차량, 재래식 포탄 4만5000㎏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정밀유도 로켓 6발이 결합된 결과다. 

하이마스의 위력이 입증되자 세계 각국에선 경쟁적으로 하이마스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 외에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하이마스 도입 방침을 밝혔고,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도 29대 도입을 결정했다. 

하이마스 수요가 폭증하자 록히드마틴은 생산능력 증대에 나섰다. 지난 20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짐 타이크렛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는 하이마스 생산량을 연간 60대에서 96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육군 하이마스 로켓이 지상에 설정된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로켓을 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하지만 생산에 필요한 공급망을 갖추고 직원 채용 및 교육까지 진행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군 수요까지 감안하면 연간 96대 생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 육군은 생산량을 기존의 두 배로 늘릴 것을 록히드마틴에 요구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는 하이마스의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수량만큼 하이마스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하이마스와 유사한 무기 중 최신형인 천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실제로 폴란드는 하이마스 500대 구매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천무 288대를 도입하는 기본계약을 한화디펜스와 체결했다. 현지 언론은 계약규모가 60억 달러(8조50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다연장로켓 도입비는 발사대와 지원차량, 로켓으로 구분된다. 전체 사업비 중 발사 관련 체계는 10% 정도지만, 로켓은 소모품이고 대량 구매가 필수라 전체 비용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켓 가격이 다연장로켓 체계 도입비 규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19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계약식에서 “(록히드마틴의) 제한된 능력으로 하이마스는 만족스러운 시점에 우리에게 인도되지 않는다. 우리는 하이마스 구매를 단계별로 나누기로 결정했다”며 “하이마스와 천무를 둘다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디펜스 공장에서 천무 이동식발사대가 조립되고 있다. 한화디펜스 제공
폴란드가 운용할 천무는 사거리 80㎞의 239㎜ 유도로켓 12발과 사거리 약 300㎞인 전술미사일을 쏠 수 있다. 미군이 쓰는 하이마스와 동일한 컨셉이다. 

전술미사일은 한국군이 휴전선 일대 북한 갱도진지를 부수기 위해 개발한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개량형인 KTSSM-Ⅱ의 수출 버전이다. 

고정 진지에서 쏘는 KTSSM은 사거리 170㎞에 벙커 파괴용 열압력탄을 탑재한다. 내년부터 개발 사업이 시작할 KTSSM-Ⅱ는 천무 발사차량에서 발사, 약 300㎞를 날아간다. 정부 차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1~2년 내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미사일은 KTSSM-Ⅱ의 탄두를 고폭탄 등으로 다양화한 무기다. 폴란드-러시아 국경에는 북한 갱도진지 수준의 고강도 콘크리트 벙커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육군 천무 다연장로켓이 가상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방 국가에서 쓰이는 다연장로켓 중 정밀유도로켓과 전술미사일을 함께 운용하는 기종은 하이마스와 천무 뿐이다. 하이마스 대량 도입이 어려워진 폴란드가 천무를 선택한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내년에 천무 18대를 넘겨받을 폴란드는 동부 지역 소재 18기계화사단에 배치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예정이다.

◆천무, 하이마스와 경쟁할 능력 갖춰

폴란드의 대량 구매 결정은 한국군 외에도 천무를 운용하는 국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폴란드 수출 실적을 토대로 추가 판매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 천무 체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연장로켓(MLRS) ‘천무’의 실사격훈련 사진. 육군 제공
다연장로켓은 포병 무기 중에서도 고가의 무기다. 발사대 가격은 높지 않으나, 첨단 유도로켓과 전술미사일 구매비는 발사대 가격의 수 배에 이른다. 

유도로켓과 전술미사일을 사용하면 보충해야 하는 무기라서 오랜 기간 상당한 수준의 비용 지출이 이어진다. 경제력과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일정 규모 이상의 다연장로켓을 운용할 수 있다. 판매가 가능한 국가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폴란드처럼 천무와 하이마스를 함께 운용하는 것은 특수한 사례다. 향후 다연장로켓을 구매하려는 국가는 둘 중 하나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선 하이마스는 운용경험에서 천무보다 앞서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에서 하이마스를 활용하는 방법과 경험이 축적된 상태다. 

제작에서 실전배치 및 운용, 후속군수지원 등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면, 전쟁에서 하이마스의 위력을 극대화할 전술도 확립됐다는 의미다. 안보위협에 직면한 국가에서는 이같은 특징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실탄사격 훈련에 나선 하이마스가 화력을 과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군이 쓰는 무기’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을 중시한다. 

나토의 핵심인 미군과 동일한 무기를 사용하면, 유사시 탄약과 부품 수급 등에서 미국과 원활한 협조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미군의 성능개량에 참여하면 성능을 쉽게 높일 수도 있다. 

반면 생산 속도가 느린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록히드마틴이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등의 도입 요청을 단기간 내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하이마스 제작이 분업에 의해 이뤄지는 것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 및 체계통합은 록히드마틴이지만, 탑재 차량은 오시코시의 트럭이며, 이를 토대로 하는 차대 제작은 BAE 시스템스가 맡는다.

이는 생산 속도를 단기간 내 가속화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구매국이 만든 부품이나 장비 탑재도 어렵다. 구매국의 장비나 부품을 쓰게 되면 기존 제작자들의 업무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제작업체 중 일부 회사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조정 작업이 쉽지 않다.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가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천무는 성능과 비용에서 하이마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하이마스는 유도로켓 6발을 한 번에 쏠 수 있지만, 천무는 12발까지 가능하다. 

하이마스에 쓰는 에이태큼스 전술미사일은 1980년대에 개발된 노후 기종이지만, KTSSM-Ⅱ를 개량한 천무 탑재 전술미사일은 최신형으로서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가격도 천무가 하이마스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력은 우수하고 비용부담은 낮다는 점에서 천무의 경쟁 우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산업 및 기술협력도 천무가 앞서 있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천무는 발사대를 폴란드의 토파즈 사격 통제시스템과 통합한다. 플랫폼은 폴란드산 옐츠(Jelcz) 트럭을 쓴다.

구매국의 기술을 반영한 무기체계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은 구매국 입장에서 자체 방위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천무의 현지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다. 

빠른 생산속도도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이다. 폴란드는 내년에 천무 18대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이 폴란드와 발트3국의 하이마스 도입 계획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이마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을 증명해 세계 각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천무도 성능과 가격 등의 측면에서 하이마스보다 우위인 요소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천무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