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끈다고 소용없다, 집중력 향상 비결은 '명상'

곽아람 기자 2022. 10.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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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 연습

아미시 자 지음|안진이 옮김|어크로스|464쪽|1만8800원

마감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뉴스와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이 앱 저 앱 열었다 닫았다 반복한다. 얼마 후에는 애초에 무엇을 찾아보려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당신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다. 이 모든 행동은 단 한 문제로 압축돼 있다. ‘주의력’이다.

저자는 미국 마이애미 대학 심리학 교수로, 뇌의 주의력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그는 우리가 주의력 분산으로 삶의 50%를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주의력의 가장 강력한 힘은 순간의 색채, 맛, 기억, 감정, 행동 등을 한데 엮어 우리의 삶을 하나의 직물로 짜는 것이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곧 우리 삶이다.”

주의력 시스템이란 뇌가 정보의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주변 소음, 의식의 표면으로 계속 떠오르는 자잘하고 잡스러운 생각 등을 걸러내는 것을 말한다. 혼잡한 카페에서 일에 집중하거나 부모가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중 자기 자식을 단번에 가려내는 것도 주의력의 힘이다.

많은 현대인이 잠시나마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를 주의력 회복의 첩경이라 여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소용없는 일. “우리의 뇌는 그런 싸움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는 (인간의 주의를 빼앗도록)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심리학자들이 설계한 알고리즘보다 더 똑똑해질 수 없다.”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디지털 기기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주의력 저하는 언제나 인류의 고민거리였다. 중세 수도사들이 ‘오롯이 신만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저자는 군인이나 소방관 등 비상 상황에서 주의를 집중해 고난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주 요인은 ‘머릿속 시간 여행’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의력은 어떤 기억을 통해 과거로 끌려가고, 부정적 사건을 계속 생각하는 반추(rumination)의 고리에 갇힌다. 혹은 걱정거리에 사로잡힌 채 미래로 떠나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과거로 가든, 미래로 가든, 시간 여행의 공통분모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주의를 빼앗겨 현재의 순간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목표를 세우고 시각화하라…. 집중력 향상 전략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그러나 저자가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받는 현역 군인들에게 긍정성 전략을 실행해 보았더니 오히려 주의력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을 때 경험에 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의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중을 잘하려고 애쓰는 대신 뇌가 다르게 작동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주의를 붙잡으려고 기를 쓰며 싸우는 상태에서 벗어나 싸울 필요가 없는 곳에 마음을 위치시키는 능력과 기술을 연마하라.”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마음 챙김(mindfulness)’. 불교 수행 전통에서 기원한 ‘마음 챙김’은 ‘지금, 여기’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명상 수련이다. 저자는 현재를 ‘편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 노력하는 것이 ‘정신적 갑옷’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과학적인가? 2000년대 초 저명한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이 강연에서 부정적 뇌를 긍정적 뇌로 바꾸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명상”이라 답했을 때, 저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천체물리학자들에게 강연하면서 점성술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이없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실험을 거듭하면서 뇌과학과 명상의 관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해병대 대원들에게 하루 30분씩 8주간 명상하라는 과제를 줬더니 제대로 명상한 집단이 아닌 집단보다 주의력, 작업 기억 등이 우수했다. 이후 대원들은 이라크로 파병됐는데, 명상을 계속한 대원들은 전쟁 중에도 깊이 잠들 수 있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명상의 하루 ‘최소 복용량’은 12분. 호흡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기초 단계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바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기보다는 단 다섯 번이라도 심호흡을 하고, 양치질을 하거나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 있으면서 호흡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쉬운 언어로 해답을 제시하는 책. 첨단 기술에 민감한 어느 아시아 국가에서 학습용으로 유행했던 ‘집중력 향상 기계’를 실험해 보았더니, 주의력에 미친 영향이 0으로 나타났다는 구절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조차 서로가 아닌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풍경이 일상인 세상, “’집중’이란 최고의 애정 표현”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 끄덕이게 된다. 원제 Peak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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