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호주 ‘중국에 군사적 공동대응’ 못박는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2일 호주 퍼스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5월 호주의 앨버니지 정권이 출범한 후 6개월도 안 됐지만 벌써 3번째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주의적 팽창에 공동 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신(新)안보 공동선언’에 서명할 예정이다. 중국의 대만 도발 위협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아시아 정세 속에서 일본과 호주가 군사 동맹으로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기시다 총리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국 전에 “(정상회담이) 방위·안보 분야에서 진전된 협력 성과를 확인하고, 일본과 호주 간 강력한 유대를 더욱 심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의 미래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두 총리가 2007년 당시 아베 총리와 하워드 총리가 서명한 ‘일·호주 안보선언’을 15년 만에 개정할 것이라고 보도 중이다. 현재의 안보선언엔 테러 대책과 북한 미사일 대응, 미·일·호주 간 공조 강화가 주요 내용으로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신안보선언에서는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명기한다. 북한에 대한 대응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를 계기로 미국과 각각 맺은 동맹에 이어서 둘째로 중요한 군사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게 된다.
두 나라는 올 1월엔 ‘원활화 협정(RAA·Reciprocal Access Agreement)’에 합의했다. 두 나라 군인이 상대국에 입국할 때 비자를 면제받고 무기와 탄약을 쉽게 반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RAA는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해양 진출하는 상황에서 양국 모두 공통의 위협에 대한 입장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양국 군사 동맹과 함께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일본은 석탄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40%, 철광석의 60%를 호주에서 수입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 호주는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라며 “안보 협력과 함께 기시다 총리는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호주 측에 안정적인 자원 공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과 호주의 밀착은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의 핵심 국가로 참여하며 관계를 더 두텁게 하고 있다. 쿼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제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에 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FOIP)’ 전략을 핵심적으로 이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의 관계 증진 및 국방력 강화를 권고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은 현재 50조~60조원인 방위비를 향후 5년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로 방위비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실현되면 방위비만 100조원대로, 미국·중국에 이은 셋째 방위비 대국이 된다.
호주는 2030년까지 10년간 2700억 호주달러(약 243조원)를 투입하는 전력 증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으로 중국과 갈등 중인 일본과 달리 주변에 군사적 위협이 없는 호주가 수백조원대 국방력 강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일본과 손을 굳건히 잡는 배경엔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따른 위기감이 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이 호주의 앞마당인 남태평양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 올 4월에는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해 중국 해군의 남태평양 거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일본·호주 간 군사 동맹의 초점은 중국 해양 진출을 막는 제1열도선의 강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라인이다. 일본은 호주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고, 호주로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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