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부직포 가방 누가 사겠나" 편의점주 한숨
일회용품 내달 24일부터 금지
![편의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뉴스1]](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2/joongangsunday/20221022005104562qygq.jpg)
서울 성북구에서 12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설모(53)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일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다음달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전면 확대되며 편의점 및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는 지난해 12월에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사용 가능한 봉투는 순수한 종이 재질로 만든 종이봉투, 원지 종류·표면처리 방식 등을 명시한 단면 코팅 종이봉투, 다회용 봉투, 종량제 봉투로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계도기간 운영 여부에 대해 환경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9월부터 비닐봉지 발주 중단
편의점 업체들은 재고소진을 위해 일찌감치 비닐봉지 발주를 중단했다. GS25는 지난 7월부터 해당 내용을 점포에 공지했고, 9월부터 발주를 중단했다. 세븐일레븐도 9월부터 순차적으로 가맹점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점포 내 비닐봉투는 거의 소진 상태로 최대 1주 분량 정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CU 역시 이달부터 발주를 정지했고, 이마트24는 오는 28일부터 발주를 중단할 계획이다. 비닐봉지 소진에 따라 이달 말부터 일부 점포에서 종이봉투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점주들은 고객과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비닐봉지보다 최대 20배나 높은 대체재 가격 때문이다. 비닐 대신 구매할 수 있는 종이봉투는 100~250원, 부직포 장바구니 등 다회용 봉투 가격은 500원이다. 종량제 봉투는 크기에 따라 최소 200원에서 최대 1000원이다. 설씨는 “손님의 50%는 물, 술 등을 많이 사는 관광객인데 종이는 물 세 개만 넣어도 찢어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누가 편의점에서 500원이나 내고 부직포 가방을 사겠나”라고 우려했다. 오피스 상권인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65)씨는 “종량제 봉투는 이 지역에서만 쓸 수 있어 직장인들이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품 과대 포장은 그냥 두고 비닐 봉투를 금지하는 게 실효성있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페 운영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체재를 고심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카페 ‘메모아르’를 운영하는 온예린(25)씨는 환경을 생각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손님에게 쿠키를 제공하고, 플라스틱 빨대보다 5배 이상 비싼 PLA 빨대를 사용해왔다. 종이 빨대도 사용해봤지만 내구성이 약하고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PLA 빨대가 그나마 찾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매장 내 이용 고객에게 PLA 빨대 제공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대나무 풀 빨대를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특유의 향이 난다’고 꺼리는 고객이 있어 다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온씨는 “고객이 만족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데 그냥 쓰지 말라고 하니까 난감한 입장”이라며 “하는 수 없이 다시 종이 빨대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회용컵에 담겨 나온 카페 음료.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2/joongangsunday/20221022005107687lxmc.jpg)
에코백·텀블러 등 오래 써야 친환경적
![야구장 내 일회용 응원용품 사용도 금지된다. [뉴스1]](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2/joongangsunday/20221022005109519hwhe.jpg)
일각에서는 대체 품목의 친환경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플라스틱 빨대보다 평균 72.9% 낮다는 전과정평가(LCA)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원료 취득 및 제품 생산’까지만 평가한 것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소각·재활용 등 폐기과정을 검증하지 않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며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환경에 안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종이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플라스틱 원료 폴리프로필렌보다 5배 이상 많다고 분석했다.

국내 환경 운동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므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어업 쓰레기 회수나 배달쓰레기 관리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아직 없기 때문에 시행을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그나마 대안이 있는 일회용품 규제부터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없애자는 것이 국제적인 방향이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대체해보자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친환경 제품 전문 제로웨이스트 매장인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는 “산업 쓰레기가 심각한 것은 맞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을 짜야 하지만 산업 쓰레기 규제와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가 동시에 못하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산업 쓰레기 규제의 필요성이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중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생활폐기물과 산업 쓰레기 모두 줄이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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