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다 이윤 중시 행태 참을수 없다" SPC 불매운동 확산
제빵공장 사망사고 파장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3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진 것이다.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국민은 SPC가 비인간적인 사후 수습에 나서자 분노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불길처럼 번진다.

올해 들어 광주 동구 화정 아이파크 건설현장 붕괴 사고, 삼표 양주 채석장 매몰사고, 여천공단 폭발사고 등 노동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사고가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오프라인 불매운동까지 번진 건 드문 일이다. SPC 불매운동은 15일 사고 이전에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3월 28일부터 53일간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단식투쟁을 벌였다. 사용자 측의 노조 탈퇴 회유, 승진차별 등이 이유였다. 당시 곳곳에서 소규모 SPC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15일의 사망사고는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빵이 사실상 쌀을 잇는 주식으로 떠오르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점은 불매운동의 불씨를 퍼트리는 기폭제가 됐다. 대학생 장태린(25)씨는 “대학생이자 청년 입장에서는 다른 직장 내 사망사고가 크게 와 닿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SPC 사고는 더욱 충격이 컸고, 불매운동으로까지 쉽게 번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월부터 SPC 불매운동에 동참한 대학생 이은정(23)씨도 “집 근처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3개 있지만, 대체재가 많아 가족과 친구들에게 불매운동 동참 제안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도 오프라인 불매운동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전국 동시다발 3차 파리바게뜨 매장 앞 1인 시위’를 열었다. SPC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은 서울대학교 내 SPC 농생명과학연구동과 허영인 세미나실 앞에도 규탄 대자보가 부착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측은 “앞에서는 사회 공헌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착취한 SPC 기업 계열사들을 불매하겠다”고 나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사관계 문제를 안고 있고 먹을거리라는 직접적 위협을 더한 SPC에 대해 소비자들은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불매운동 속,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의 피해만 커질 수 있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김호진(27)씨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없는 가맹점주에게만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불매운동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점주들은 연일 마음을 졸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아직은 손님 감소가 직접 와닿지는 않지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마치 광기 어린 마녀사냥을 보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SPC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작업에 대한 근무 매뉴얼인 ‘2인 1조’ 작업 관련 부분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판가름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처벌보다 노동현장 전반의 문화가 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계에 팽배해 있는 안전불감증”이라며 “법의 취지에 맞춰 책임자를 일벌백계하는 식의 시그널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노동자를 부품과 다를 바 없는 생산 도구로 이용하고 노동을 이윤 실현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이번 사안의 문제”라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노동자 인권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분노를 하더라도 냉정한 시각으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산업재해 예방”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시스템 개선이 중요하지, 비난의 대상 찾기식으로 해당 법을 적용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사망자는 사고 전날인 14일 오후 8시부터 10시간 정도 일하다 근무 교대 2시간 정도를 앞두고 있었다. 이 공장 노동자들은 주 5일, 하루 12시간씩 야간 근무하는 형태로 일한다. 유족은 21일 사고 경위를 명백히 밝혀달라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SPL 관계자들을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고소했다.
‘빵 평등권’이 하나의 이유가 된 프랑스혁명 뒤 태어난 ‘평등의 빵’이 바로 바게트다. SPC의 주력 계열사가 프랑스의 심장부와 ‘평등의 빵’을 합친 ‘파리바게뜨’라니, 아이러니다.
■ 허영인 회장 “책임 통감, 3년간 1000억 투자해 안전관리 강화할 것”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10/22/joongangsunday/20221022000145848yxbg.jpg)
그는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 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계속 진행된 점도 거듭 사과했다. 허 회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회장은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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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원동욱·김홍준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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