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과 마음도 자연선택적 진화의 산물[책과 삶]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대니얼 C 데닛 지음·신광복 옮김
바다출판사 | 686쪽 | 4만8000원
오랫동안 사람들은 마음을 계량화하거나 분석 또는 실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탐구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실 낯설다. 과학철학자인 미국 터프츠대 교수 대니얼 C 데닛은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에서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유물론적 논증으로 풀어냈다. 그는 극단적 다윈주의자이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과 문화는 자연 선택의 과정을 따라 진화했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사물보다 먼저 있었고, 마음이 사물을 만들었다는 관점을 뒤집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이렇게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의 핵심에는 ‘밈’(Meme)이 있다. 유전적 진화를 탐구하려면 DNA라는 ‘유전자의 눈’ 관점으로 봐야 하듯, 문화적 진화를 파악하려면 ‘밈의 눈’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밈은 지식과 문화가 말과 문자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 보존, 전파되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가 대표적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도구 덕에 마음에 관해 묻고 답하고 생각을 전달하고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저자는 길고 긴 문화적 진화 과정을 파헤친다.
마지막 장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온다. 인공지능(AI)이 점점 발달하면서 인간이 AI의 지배를 받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과 뇌가 상호 의존하고 우리 미래가 과거의 궤적을 따른다면 설사 인간이 인공지능에 더 의존하게 된다 할지라도 인공지능들은 계속 우리에게 의존할 것이라고 말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 책을 ‘마음의 기원과 작동 기제를 밝히려는 (그의) 50년 연구를 하나로 엮은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번역은 서울대에서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강의하고 있는 신광복씨가 맡았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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