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전기료 21% 가스 25% 인상..난리난 일본 물가
식료품 217개 중 90%가 올라
1991년 이후 가장 큰폭 상승
'선행' 기업물가지수도 치솟아
최대노조 렌고 내년 춘투예고
"5% 인상해야" 28년만에 최대
2014년 4월 소비세율 3%포인트 인상 때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주원인이다. 올해 초 115엔 안팎이던 엔·달러 환율은 150엔을 넘어서 30% 이상 폭등한 상태다.
9월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3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조사 대상 522개 품목 중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385개로 지난 8월 372개보다 늘어났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가격이 4.6% 상승했으며 에너지 가격도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6.9% 올랐다. 전기료가 21.5%, 가스는 25.5%, 휘발유는 7.0% 상승했다.
10월 들어서도 식품 업체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인플레이션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매장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한 식료품물가지수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일본의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 오르며 역시 1991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217개 품목 중 90%가 넘는 197개의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기업물가지수도 급등하면서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앞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일 발표된 9월 일본 기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9.7% 상승하면서 1960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물가지수는 기업 간 거래하는 물품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로 향후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미즈호리서치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서는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가구원이 2인 이상인 가구에 전가되는 평균 부담액은 전년 대비 8만6462엔 늘어난다. 부담 증가분 대부분은 식료품과 에너지가 차지한다. 일본은 에너지의 90% 이상, 식량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엔저가 진행될수록 고물가로 연결되기 쉽다. 특히 수입에서 식료품과 에너지 등 생활필수품의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사카이 사이스케 미즈호리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미우리신문에 "환율 150엔대가 지속되면 저소득 가구의 경우 소비세 3%가 오른 것보다 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엔저가 수출 증대 등 기업 수익 확대로 연결되는 효과가 약해지면서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커졌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일본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대거 해외로 이전한 상태에서 엔저가 수출 경쟁력 상승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일본 기업이 수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미국 등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2% 올랐고 유로존은 9.9% 올랐다. 하지만 일본은 30년 가까이 임금이 정체돼왔다. 이에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連合)는 20일 내년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 임금 5%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5% 인상 요구는 1995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경영계도 고물가에 따라 임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도쿠라 마사카쓰 게이단렌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엔저로 인한 영향이 기업마다 달라 일괄적인 인상은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춘투에서 일괄적인 임금 인상 관례가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쿠라다 겐고 경제동우회 대표는 "일률적인 평균 5%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임금 정체 극복은 경기 침체를 타개할 요건으로 계속 거론돼왔다. 닛케이는 연공서열에 따른 경직적인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동시에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이것이 다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시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에도 이날 오후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1엔을 돌파하며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행이 미국과 반대로 대규모 금융 완화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엔저에 대응할 방법은 사실상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밖에 없지만, 이것도 엔저에 제동을 걸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저를 막는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연내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윤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시 주석 3연임 확정…최고 지도부 대거 교체
- 빅맥세트 1만3천원, 주유 15만원…"이런 살인물가 처음"[르포]
- 中 시진핑 3연임 사실상 확정…리커창 최고지도부서 탈락
- 반도체 이어 양자컴·AI까지…美, 對中 기술수출 통제나서
- "그냥 노출, 애들 볼까 두렵다"…`과한 복장` 日인플루언서, 놀이공원 진땀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카카오식 AI ‘카나나’…시장은 냉혹했다
- 한소희, 숨겨진 ‘1년의 진실’…알려진 ‘94년생’ 아닌 ‘93년생’과 어머니의 수배 아픔 - MK스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