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까지 끊겨" 불매 확산에도 SPC "입장 없다"
본사 대처 아쉬움 표하기도
21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대학가에 있는 한 파리바게뜨 매장. 카페처럼 꾸며진 매장 내부에 널찍한 테이블 8개 놓여있었지만 빈자리가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중간고사를 대비해 공부하는 대학생들로 가득 찬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몇 개월 째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20대 직원 ㄱ씨는 “불매 운동의 여파로 보인다”며 “어제도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나는 SPC 불매한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에스피씨(SPC) 계열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것을 계기로 브랜드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계열사 점주들이 매출 하락에 속앓이하고 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되자 “직격탄을 받는 것은 잘못 없는 가맹점주”라는 문제도 제기됐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불매하겠다는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기자가 직접 돌아본 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에스피씨 브랜드 매장 10여곳 역시 불매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특히 직장가보다는 대학가와 주택가 인근에 있는 매장이, 그중에서도 에스피씨 브랜드인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에 타격이 커 보였다. 주택가 인근 한 배스킨라빈스에서는 10분 가까이 방문 손님뿐 아니라 배달 주문도 없어 직원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볼 뿐이었고, 테이블이 놓인 파리바게뜨 매장에서도 앉아 있는 손님이 1∼2명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만난 가맹점주와 직원들은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가맹점주와 직원은 불매 운동의 여파를 묻는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 “본사에 물어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가맹점주도 있었다. 주택가에서 5년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김재용(49)씨는 “매출이 저번 주에 비해 20%가 빠졌는데 불매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초기에 본사가 대처를 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빵집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까지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가맹점주협의회는 힘이 없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50대 가맹점주 ㄴ씨도 “이번 주 화요일부터 사람들이 안 오기 시작했다. 매출이 15% 빠져서 당분간 발주 물량을 줄일 예정”이라며 “불매 운동을 하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가맹점주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니 이게 맞나 싶다”고 했다. 일부 가맹점주가 가입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도 지난 1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잘못된 기업을 고발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언론과 시민사회 역할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불매 운동을 조장하는 보도 행태는 잘못이다. 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경영방식을 고발해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유도하는 보도여야 한다”고 했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불매 운동의 여파도 달라 보였다. 에스피씨 브랜드인 것이 알려지지 않은 라그릴리아, 카페 파스쿠찌 등에서는 여전히 많은 고객이 보였고, 점장들도 “손님들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다”고 했다. 샤니·삼립빵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제품별로 판매량 격차가 보였다.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ㄷ씨는 “호빵은 계절감이 맞지 않는지 폐기했지만, 포켓몬빵은 하루에 1∼2개씩 들어오기 때문에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아무개씨도 “포켓몬 스티커를 보고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매일 밤 편의점에서 포켓몬빵 사냥을 안 할 수 있겠냐”며 “청년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불매 운동 참여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에스피씨 쪽은 “입장이 없다”는 답을 전해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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