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3연임? 美매체들 "땡큐, 미국에 도움" 반응하는 이유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2. 10. 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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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의 제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22일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連任)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과 영국의 주요 매체들은 오히려 “미국과 서방에는 이득이 된다”는 평을 내놓았다.

NYT는 18일 “땡큐, 시진핑”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10년 전 당신(시진핑)이 집권할 때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당신의 3연임 집권은 나중에 미국과 자유주의 국가들의 역사에 ‘뜻밖의 엄청난 축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9일 “시진핑의 임기 연장은 미국에겐 이익”이란 기사를 통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따를 줄 알았던 시진핑이 당에 대한 권력 집중에 나서면서 민간 기업의 창의성을 옥죄었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를 강요하면서 국제 사회의 반발을 초래하고 미국의 동맹 관계는 되레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지난 5년 간 극심한 정파 싸움과 사회적 혼란을 겪어온 미국에게 시진핑의 권력 유지는 시기적으로 다행”이라고까지 했다.

또 월간지 애틀랜틱 몬슬리도 지난달 26일 “중국의 실수는 미국에겐 이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진핑 치하 10년의 중국 외교ㆍ경제ㆍ국내 정책 실패를 짚으면서 “시진핑은 역사에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ㆍ미국 주도의 평화)’를 뒤엎은 인물로 기록되고 싶겠지만, 오히려 이를 ‘보존’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 잡지는 “시진핑이 내놓은 정책은 모두 중국이 ‘미국의 약화’라는 목표를 이룰 준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미국은 시진핑이 더 머무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지난 5일 “과도한 부동산 투자 위주의 경제 정책과 이에 따른 막대한 빚의 누적, 투자에 비해 계속 낮아지는 GDP 성장률은 이미 그 비(非)효율성이 드러났는데도, 시진핑은 이를 고집하고 있다”며 “시진핑의 3 연임은 비극적 실수(a tragic error)”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매체는 시진핑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으로 세계 주요국들은 중국을 더욱 경계하게 됐고, 아시아 이웃국가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정부 정책은 자원 낭비와 관리 부실로 이어졌고, 결국 시진핑이 “필연적”이라고 했던 중국의 부상은 오히려 그의 통치로 인해 덜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을 더욱 뭉치게 한 시진핑 외교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2012년 11월), 국가 주석(2013년 3월)에 오를 무렵, 미국에선 연간 10% 넘게 경제 성장하는 중국이 곧 세계의 지배적 문명국가ㆍ최대 경제국가로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통신ㆍ금융ㆍ소셜미디어ㆍ부동산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았고, 미국 부유층에선 “자녀를 몰입식 중국어 학교에 보낸다”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ㆍ’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는 뜻)’를 벗어난 시진핑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아니라,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개편을 꾀했다. 때마침 미국의 글로벌 파워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취약한 듯했다.

지난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 입장하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종종 고압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ㆍ중앙아시아ㆍ유럽ㆍ남미로 팽창해 갔지만, 서방엔 그를 억제할 정치적 의지가 없었다. 분명한 결정과 정확한 집행으로 이어지는 중국식 경제 모델은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독재국가의 효율성을 배합한 독특한 모델로 개도국들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매우 이념적이었고, 강렬한 중국주의자였고, 광적으로 통제에 매달렸다. 중국이 현(現)국제질서에 공개적으로 호전성을 띨수록, 미국의 동맹국들은 더욱 유대를 강화했다. 애초 미국과 거리를 두며 “전략적 자율성”을 외치던 유럽 국가들은 시진핑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완전히 톤을 바꿨다.

독일에선 한때 ‘무역을 통한 중국의 변화’를 주장하던 이들은 사라졌고, 대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중국의 인권 탄압과 타이완에 대한 무력 도발을 계속 규탄한다.

지난 6월엔 한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가 중국의 위협을 논의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원래 초(超)강대국 싸움에 끼지 않던 인도가 중국을 겨냥한 안보 파트너십인 ‘쿼드(Quad)’에 합류했다. 심지어 미ㆍ중 사이에 노선이 수시로 바뀌던 필리핀도 중국의 남태평양 위협에 미국 쪽으로 붙었다.

시진핑은 서방 대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내세우며 개발도상국으로 향했고, 긍정적인 반응도 얻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남태평양의 소국(小國)들을 규합한답시고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안보ㆍ경제 협력서 초안을 들이밀었다가 거부 당했다.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자, 이후 타이완을 둘러싸고 강력한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6월 발표된, 세계 19개 주요국 국민들의 '중국 호감도' 조사. 미국인의 82%, 한국인 80%, 독일인 74%가 '비호감'이라고 표시하는 등 평균 68%가 중국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자료=퓨 리서치 센터

그 결과, 전세계 19개 주요국 국민들을 상대로 지난 6월 미국 퓨리서처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의 호감도는 더욱 낮아졌다.

서방 국가들은 또 첨단 기술을 통한 정보 빼가기와 해킹, 지적소유권 절도 등을 경계해, 화웨이 같은 중국 상표는 최대 기피 대상이 됐다. 2020년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한 강연에서 “10시간에 하나 꼴로 새로운 중국 스파이 사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에 대항해,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 보호, ‘빌드 백 투게더(Build Back Together)’와 같은 개도국지원 프로그램, 군사력 강화 등의 조치를 밟으며 모든 면에서 맞섰다. 이 모든 것의 전제(前提)는 ‘중국의 능력이 시진핑의 야망과 보조를 맞춰 계속 성장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시진핑의 야망이 중국 경제가 이를 지속적으로 떠 받들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섰다.

◇하락하는 경제 성장에도, 공산당 통제 강화

WSJ는 “서방 경제전문가들은 GDP 성장률을 비롯한 중국의 장기 전망은 계속 하락할 것이고, 그래서 시진핑이 3연임 하면 최소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에게 이익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시진핑 이전인 장쩌민(1993~2003)ㆍ후진타오(2003~2013) 주석 시절, 중국 민간 부문에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넘쳤다. 중국의 대표적인 테크 기업인 알리바바ㆍ텐센트ㆍ드론 제조사 DJI ㆍ리튬 배터리 제조사 컨템포러리 암퍼렉스ㆍ틱톡의 모(母)기업인 바이트댄스가 다 이때 나왔다.

그러나 시진핑을 움직이는 것은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다. 그는 거대 테크 기업들은 충분한 영향력과 부(富)를 갖추면, 공산당 일당 지배에 도전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들 기업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했고,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도 자녀들에게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한다”고 WSJ는 전했다.

‘택배 기사의 노동권 보장’이라는 일부 긍정적 취지의 조치도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이 내놓은 국내 정책, 경제 정책은 대부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작년 6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上場)했던 차량 공유 기업 ‘디디(DiDi)추싱’은 과도한 데이터 수집, 보안조치 미흡 등의 이유로 지난 7월 1조6000억 원의 벌금을 맞았다. 디디 주가는 현재 상장 때에 비해 90% 이상 빠졌고, 곧 상장 폐지된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에도 작년 4월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며 3조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대신에 시진핑은 자신이 감독할 수 있는 당 주도의 산업 성장을 원한다. 전기차ㆍ반도체ㆍ인공지능 같이 중국이 지배하기를 원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줬다. 아직 판단은 이르나, 최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 브리핑은 “막대한 정부 지원에도, 중국이 지배적인 테크 분야는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NYT는 “시진핑의 경제 개혁은 당이 통제를 강화하고, 비효율적인 공기업(SOE)들이 산업계의 선두로 복귀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시진핑 집권 10년 동안 중국 내 부동산-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중심으로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GDP 성장률은 계속 떨어졌다. 과도한 자원 낭비와 부채 양산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자료=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들은 또 공장ㆍ아파트ㆍ사회간접시설 등의 부동산 개발 투자에 의한 중국식 성장 모델은, 갈수록 투자회수율이 떨어진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당이 정한 목표치를 못 맞출 때마다, 시진핑은 부동산 개발에 돈을 쏟아 부었다. 결과적으로 2012년 GDP 대비 200% 정도였던 총부채는 올해 275%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엉뚱한 데 자원을 낭비하면서, ‘빚의 장성(長城)’만 길게 쌓고 있다.

또한 ‘코로나 제로(0)’ 방역 정책은 수시로 주요 도시를 일체의 교통과 생산ㆍ상업 활동이 중단된 거대한 수용소로 만들었고, 국가 경제에 견딜 수 없는 부담을 줬다.

◇’행운(幸運)’이 다한 시진핑, 푸틴의 길 걷나?

WSJ는 “시진핑이 중국 경제의 장래를 어둡게 하지만, 그의 존재가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에 100% 긍정적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푸틴에게서 드러났듯이, 국가의 경제력이 약해지고 개인의 판단력이 흐려져도 핵으로 무장한 지도자는 여전히 예측불허의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몬슬리도 “시진핑의 행운이 사라지면서, 그의 친구 푸틴처럼 더욱 위협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워싱턴이 이 상황을 잘 관리하면, 미국은 시진핑 통치의 혜택을 거두고, 중국이 실책의 비용을 물게 할 수 있다”고 봤다.

NYT는 “시진핑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으로 미ㆍ중이 언젠가 무력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미국의 문제도 악화시킨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칼럼은 “시진핑은 자유 세계와 억압적 비자유 세계와의 장기적 경쟁 구도에서 의도치 않게 자유 세계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며 “자기 나라가 하루라도 중국처럼 되기를 원하는 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칼럼은 “미국 정치인들도 문제가 있고 미국 사회가 많이 약해졌지만, 당신(시진핑)을 잘 들여다보면 당신이 제시한 암울한 대안보다는 이 모든 약점을 지닌 미국을 선호하게 된다”며 “그래서 당신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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