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이나" 빵공장 사망 직원 장례식에 빵 보낸 SPC '빈축'
팥빵, 땅콩크림빵 등 두 상자
유족들 "말이 되느냐" 분통
온라인·시민사회 비판론 확산
SPL "면밀히 살피지 못해 죄송"
허영인 회장 사과엔 언급 無
SPC가 경기 평택에 있는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숨진 여직원의 빈소에 자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빵을 조문 물품으로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제빵업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SPC가 최근 평택 SPL 공장에서 사고로 숨진 A(23)씨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뜨 빵 두 박스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족 측이 공개한 것으로 전해진 사진을 보면, 해당 박스 안에는 땅콩크림빵과 단팥빵 등이 가득 들어있다.
유가족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PC에서 일하다 사망했는데 이걸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고 온 게 말이 되느냐"며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냐고 화를 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분노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로 일파만파 확산하는 양상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과 댓글에는 "통상적 상조 지원품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빵공장에서 돌아가신 분인데 빵이라니, 머리는 장식인가", "빵 볼 때마다 유족들 심정은 어떨까", "정 떨어져서 삼립빵 보기도 싫어진다" 등 비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유가족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회사 측의 경솔함을 강하게 질타했다. 더욱이 피해자에 대한 사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마저 진정성을 잃게 만든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평택지역 시민단체인 시민사회재단의 조종건 상임대표는 "장례식에는 상처를 받은 분들의 시각이 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유족은 잘못된 공장 시스템으로 가족을 잃은 분들이다. 경로의존으로 장례지원 절차만 앞세울 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유발하는 상징성을 지닌 것(빵) 자체가 가족들에겐 트라우마가 된다"며 "회사가 정중히 다시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김기홍 위원장도 "유족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와 이에 대한 심적인 수용 과정도 없던 상황에서 사고가 난 원료 배합하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빵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무례하다"며 "두 번 죽이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아무리 회사 관례에 의한 것이더라도 유족에 대한 사려가 깊지 못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공분을 피할 수 없다"며 "각종 대책을 추진하겠다고는 하지만, 이런 논란으로 진정성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SPC 측은 "내부 직원이 상을 당했을 때 상조용품과 함께 추가로 빵을 지원하고 있다"며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 유가족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직원 사망 이후 SPC의 사후 대응 관련 문제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사고 현장에 선혈이 그대로 남아 있던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동료 직원들을 이튿날 출근시키는가 하면, 사고가 난 기계에 흰 천을 덮은 채 바로 옆 공장기계를 가동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허 회장은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사측이 장례식장에 빵을 보낸 데 대한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 회장, 임원 등의 질의응답조차 진행되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쯤 제빵업계 1위 SPC 계열의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직원 A씨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숨졌고, 사측은 이틀이 지난 17일 허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전날 평택에 위치한 SPL 본사와 제빵공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한 공장 안전책임자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SPL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한 상태다.
이에 더해 유족 측은 "딸이 죽은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며 사측에 대한 고소장을 이날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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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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