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에 불만 쏟아낸 車업계 수장들..美 생산·공급망 다변화 '물밑작업'

2022. 10.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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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규제..투자 장려 위해 유예 기간 줘야"
현지 공장 건설에는 박차..BMW 역대 최대 투자
완성차·배터리 美 합작공장 건설 사례도 잇달아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스파튼버그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내 전기차 시설 건립에 총 17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 수장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 광물 공급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당장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단 이유에서다.

이들은 미 정부를 향해 점진적이고 현실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현지 공장 건설과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 등 물밑 대책을 마련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 수장들은 최근 로이터 주최로 열린 오토모티브 USA 콘퍼런스에서 미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제시한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월 발효된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종 조립이 북미에서 이뤄져야 한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 핵심 광물 역시 특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처리해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 40%로 시작해 2024년 50%, 2027년 80%로 높아진다.

파블로 디 시(Pablo Di Si) 폭스바겐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모두 세계 다른 지역에서 공급자를 찾고 장기계약을 맺는다”며 “업계가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3년 내에 콩고, 중국 등에서 가져오는 광물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Jose Munoz)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IRA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천문학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 의회가 미국 투자 장려를 위해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IRA가 발효되며 북미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현대차·기아의 모든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역시 앞서 IRA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미국이 비현실적이지 않은 규제를 해야 한다”며 새 법이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IRA 조건을 맞추기 위해 미국 내 투자를 강화 중이다.

BMW그룹은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 위해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19일 발표했다. 단일 투자로는 BMW 역사상 최대 규모다. 기존 스파턴버그 공장 내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에 10억 달러, 우드러프 인근의 새 배터리 공장 설립에 7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BMW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이후 독일 정부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미국의 IRA가 “양국(미국과 독일) 경제 간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조지아주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5일 기공식 행사를 연다. 내년 초 본격 착공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자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공식에 참석, IRA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지난 5월 55억 달러(약 7조9000억원)를 투자해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효하기도 했다.

IRA 요건 충족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공동으로 미국에 합작 공장을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내 3개의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합작 1공장은 이미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각각 캐나다,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스텔란티스는 배터리 공장 2곳을 더 지을 계획이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테네시주, 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혼다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합작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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