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60엔까지 붕괴 전망.."1997년 亞 금융위기 수준 혼란 우려"

박준호 2022. 10.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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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日, 비공개로 외환시장 개입해 환율조정 나섰을 수 있단 분석
美·日 금리차 커 日정부가 외환시장 개입해도 별로 효과없어
"1달러=160엔 돌파" 전망도…외환시장 개입 필요성 더 높아
APEC 재무장관들, 경쟁적인 환율 조정 자제하기로 합의해
"환율 과도한 변동·무질서한 움직임이 경제·금융 안정 해쳐"

[서울=뉴시스] 1달러당 150엔대로 된 환율. (사진출처: 마이니치 신문) 2022.10.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도쿄 외환시장에서 지난 20일 엔·달러 환율이 한때 1달러당 150엔대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 약세·달러 강세로 경신한 가운데 엔화 약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1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정부와 일본은행은 환율 개입을 내비치며 시장을 견제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급격한 엔화 약세 진행은 수입원가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가계에 대한 부담도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일본 안에서는 일방적인 엔화 약세 가속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도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해서는 향후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입장이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엔화가치 하락을 견제했다. 그러나 시장 흐름은 변하지 않아 엔화 환율은 20일 오후 5시 이전에 심리적 고비로 꼽히는 150엔을 돌파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BOJ)은 '1달러=145엔'을 기록한 9월22일에 24년만의 엔 매수·달러 매도의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 그러나 10월3일 정부·일본은행의 '방위 라인'이라고 여겨졌던 145엔을 다시 돌파한 뒤로 이달 중순부터는 매 영업일마다 1엔 가까운 속도로 급락하고 있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 펠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정부의 추가 환율 개입을 경계해 심리적 고비인 150엔 앞에서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마지막에는 정부가 쉽게 움직일 수 없다고 봤다"고 풀이했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일본은행의 추가 환율 개입 여부에 쏠려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9월22일 환율 개입은 공개했지만 실시 여부를 밝히지 않는 '복면(覆面) 개입'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10월13일 1달러당 147엔 후반으로 약 32년만의 엔하락·달러 상승 수준을 기록했을 때, 1엔 정도의 엔고로 전환한 장면이 있었다. 일본은행의 공표 자료에서는, 13일의 금융 기관의 당좌 예금 잔고가 당초의 예상보다 약 1조엔 줄어 정부·일본은행이 금융 기관으로부터 엔화를 사들이는 복면 개입을 실시했다는 견해가 퍼졌다고 한다.

다만 환율 개입이 공개든 비공개든 엔저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엔화 약세 진행 배경에는 미·일 금융정책 차이에 따른 금리차 확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이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이후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겠다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이 때문에 금리가 높고 운용에 유리한 달러를 매수하고 저금리의 엔화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스즈키 재무상은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돌파한 직후 기자단에 재차 추가 개입을 시사했지만 구두개입의 효과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지적했다. 엔화 약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대형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일본 측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160엔까지 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엔화 약세 현상으로 인해 아시아 금융시장의 부담도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통화는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급등에 직면하여 급락했다. .이제 관심은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방침을 바꿀 것인지에 집중된다. 올해 엔화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커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소속 각국 재무장관들은 다음달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20일 방콕에서 열린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지출을 목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태국의 아콤 텀삐따이야파이싯 재무장관은 지난 19~20일 양일동안 APEC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주로 경제 문제와 위기의 여파에 대처하는 방법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APEC 재무장관들은 성명서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철회하고 금리를 인상하여 인플레이션을 수십 년 만에 최고조로 고조시킴에 따라 "전례 없는 위험"을 언급했다.

지난 20일 달러는 150엔 이상으로 거래되자,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함으로써 32년 만에 최저치를 넘어서는 하락을 막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는 일본수출품에 대한 경쟁력 있는 가격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정부가 엔화 강세를 억제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시절과는 거리가 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재무장관들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이 경제 및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쟁적인 환율 조정을 자제하기로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엔화약세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된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하락할 경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닐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은 이를 불공정한 경쟁 우위로 간주할 것이며, 아시아 금융위기와 유사성이 명백하다"며 "엔화 평가절하가 자국(중국) 경제에 위협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한다면, 중국도 이를 빌미 삼아 자국의 침체된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통화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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