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 작은 항구가 해상풍력 허브로 거듭나다 [에너지 자립, 덴마크를 가다 <상>]

2022. 10. 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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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체질 바꾸니 일자리까지 창출
덴마크 곳곳 수백·수천개 발전기 운집
어업 대신 관련 일자리 6만여개 늘어
반경 50㎞내 경제 효과 7000만 유로
덴마크 앤홀트 해상풍력 단지에 블레이드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위쪽). 덴마크 에스비에르에 위치한 3000㎡ 규모의 오스테드 부품 창고. 이곳에서 유럽 전 지역의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을 보관한다. [오스테드 제공]

덴마크 유틀란드반도 동해안의 항구도시 그레노에서 배로 한 시간 가량(약 18㎞ 거리) 떨어진 해상에는 높이 약 141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111기가 군집해 있다. 2013년 9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앤홀트 해상풍력 발전단지(Anholt Offshore Wind Farm)다.

대낮에도 구름이 잔뜩 껴 어두운 하늘,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부는 바람에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갑판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해본 풍속은 대략 시속 34㎞, 초속으로는 9.4m 가량이었다. 이 같은 바람을 견뎌내기 위해 발전기의 무게도 상당하다. 블레이드 하나의 무게만 해도 18t, 여기에 나셀(회전력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장치), 타워 등을 합하면 총 무게만 450t에 육박한다.

각 발전기의 용량은 3.6㎿, 총 400㎿ 규모로, 앤홀트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덴마크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서는 덴마크 전체 전력의 4%, 40만 여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 향후 20~25년간 화력발전소와 비교하면 이산화탄소를 연간 130만t 가량 저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 곳곳에는 이 같은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덴마크에는 약 1703㎿ 규모, 총 559개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해상은 육상보다 평균 풍속이 빠른 데다 큰 부지를 확보하기 쉽다. 한반도 약 5분의 1 크기의 반도와 섬으로 이뤄진 덴마크에서 해상풍력 시장이 성장한 이유기도 하다.

덴마크에서 해상풍력 발전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동시에 거대한 산업이었다. 풍력발전기를 조립하고, 해상으로 옮겨 설치하고, 해저에는 케이블을 까는 대규모 건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안팎의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이 지원된다.

앤홀트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동안 12억5000만 유로(한화 1조7330억원)가 투입, 총 105척의 선박, 연 평균 1000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옌스 뉘보 옌슨 오스테드 커뮤니케이션 어드바이저는 “공사 기간 약 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수주 금액도 10억 유로 규모”라며 “각종 협력 업체가 모여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만큼 반경 50㎞ 내의 지역 경제에 미친 경제적 효과도 7000만 유로 정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틀란드반도 반대편 덴마크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도시 에스비에르. 150여년 전만 해도 고기잡이 배들이 연간 600~700척 드나들던 이 작은 항구는 2010년대 이후 해상풍력 발전의 허브로 거듭났다. 에스비에르를 기반으로 북해 지역에서만 59개, 23.6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구축됐고, 4150개 이상의 풍력발전기가 수송됐다.

이를 통해 에스비에르는 덴마크의 혼스 레브(Horns Rev) 1~3단지뿐 아니라 북해 상에 위치한 독일의 비야 마테(Veja Mate), 영국 혼시(Horn Sea) 등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처음부터 해상풍력으로의 업종 변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변신을 하기까지 에스비에르에는 세 번의 전환기가 찾아왔다. 1970~1980년대 북해 석유 가스 사업의 성장에 따라 석유 가스 사업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에스비에르에 뿌리 내린 각 기업들도 각 산업의 부침과 특성에 맞게 모습을 바꿔왔다. 해상풍력 발전단지의 특성에 맞게 해상풍력 운영 및 유지 보수 등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어시장, 경매장은 부품 창고로 활용하고, 고기잡이 배를 몰던 선주들은 해상풍력단지 건설 및 유지보수하는 인력 수송용 선박(CTV)을 운영하고 있다.

석유 및 가스 시추 플랫폼 사업을 하던 셈코 마리타임(Semco Maritime)은 2003년부터 해상풍력 발전 단지의 변전소 사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미국의 메사추세츠와 버지니아 지역에서 각 800㎿, 2600㎿ 규모의 단지에 7개의 변전소를 설치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해에는 대만의 하이롱 2·3단지에 2개의 변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셈코 마리타임에서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시모네 하링 씨는 “석유와 가스 산업으로 회사가 시작됐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며 “현재 석유 및 가스 매출이 65%, 재생에너지 사업이 35%지만 2027년까지 구성을 정반대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에스비에르의 일자리 구조도 바뀌었다. 어업 종사인구는 1970년대 9000여명에서 수십 명으로 줄어들었다.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일자리도 2010년대 1만2000여개에서 8800여개로 감소한 반면 해상풍력 발전 관련 일자리는 2000년대 약 2000여개에서 최근 5000여개까지 늘어났다. 에스비에르 항만청은 해상풍력 발전에서 파생되는 일자리가 6만 여개라고 추산하고 있다.

예스퍼 뱅크 에스비에르 항만청 최고 영업 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는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를 위한 장비와 인력을 수송하는 역할이 이뤄져야 한다”며 “에스비에르는 기존의 항구 시설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그레노·에스비에르=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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