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세계는] 양상추보다 먼저 시든 영국 총리의 44일
[앵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전격 사임했습니다.
감세안 발표로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킨 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로 주목을 받았지만 임명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최단명 총리란 오명을 남기게 됐습니다.
국제부 뉴스룸을 연결합니다. 이승훈 기자!
먼저 리즈 트러스 총리의 전격 사임 발표부터 정리해 주시죠.
[기자]
현지 시각으로 낮 1시 반이 조금 넘어 트러스 총리가 총리실 앞에서 기자를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트러스 총리는 '찰스3세 국왕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트러스는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 물러난다'면서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 거'라고 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임으로 트러스 총리는 '역대 가장 짧게 재임한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죠?
[기자]
기억하실 겁니다.
트러스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기 이틀 전 총리 임명장을 받았죠.
그게 지난달 6일이니까 총리로 머문 날은 불과 44일입니다.
영국 정치사상, 직전 최단 총리 기록은 1827년 취임해 119일 만에 숨지면서 자리를 넘긴 조지 캐닝 전 총리입니다.
이를 두고 영국 언론은 보수당의 상징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멘토 삼아 '철의 여인'이 되려고 했던 그녀가 '좀비 총리'로 불리는 처지가 됐다고 했습니다.
한술 더 떠 한 언론은 밖에 양상추를 내놓고 트러스 총리와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를 두고 내기를 했는데 결국, 양상추가 이겼다며 비꼬기도 했고, '손을 대는 것마다 일을 망쳐' '인간 수류탄'이란 별명을 붙여줬더니, 이번엔 그 수류탄으로 자신을 터뜨렸다'는 그런 말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이런 비난을 받으며 트러스 총리가 조기 사임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자신이 꾸린 내각이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성급히 내놓은 '감세안'이 결국, 트러스 총리에겐 '독 사과'가 됐습니다.
지난달 23일이었죠.
총리는 사전 교감이나, 또 어떻게 돈을 만들어 낼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우리 돈 72조 원 규모의 감세안이 포함된 예산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영국의 돈인 파운드화가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요,
영국의 중앙은행이 긴급 개입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그런데도 트러스 총리는 '내 철학'이라며 '감세를 통한 성장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였습니다.
여당인 보수당 의원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건 그때였는데요, 여기에 미국과 IMF도 비난에 동참했습니다.
결국, 의지는 꺾였고, '감세 안 하겠다'고 하고, 최측근인 재무 장관까지 내치면서 돌파구 찾으려 했지만, 국민의 믿음 만큼은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앵커]
이제 곧 차기 총리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겠죠? 어떻게 차기 총리를 뽑게 됩니까?
[기자]
총리 선거를 주관하는 곳은 여당인 보수당의 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입니다.
이 위원회가 마련한 경선 규정을 보면 후보 등록은 오는 24일에 마감합니다.
등록 요건은 백 명이 넘는 동료 의원의 추천인데요,
그러니까, 지금 보수당 의원이 357명이니까, 산술적으로는 후보가 최대 3명까지 나올 수는 있습니다.
다만 한 명이 후보 추천을 받으면 오는 24일에 그 후보가 바로 당 대표 겸 차기 총리가 되고요,
2~3명이면 예비경선과 당원 투표 등을 거쳐 늦어도 28일까지 당선자를 결정할 거라는 게 영국 언론의 보돕니다.
[앵커]
이제 관심은 누가 차기 영국 총리가 될까 하는 건데요.
어떤 인물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불과 44일 만의 사퇴라 차기 당권을 준비한 사람이 사실 없습니다.
한마디로 '오리무중'인 상황이라 그래서 더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람은 트러스 총리와 경합한 리시 수낵 전 재무 장관입니다.
원내 경선에서 1위 하고도, 정작 전체 보수당원 투표에서는 져서 말이 많았던 바로 그 인물이죠.
그런데 이 사람은 약점이 확실합니다.
먼저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 가장 먼저 사표를 던져 '배신자 이미지'가 강하고요.
뭣보다 그는 인도계인데,
'신사의 나라'답게 겉으로는 잘 표현 안 하지만 그걸 가장 달가워 안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쫓겨나듯 나간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다시 돌아올 거란 말도 있습니다.
아직 '하겠다 하지 않겠다' 말은 없지만, 확실한 건, 그가 다시 총리가 되더라도 법적 하자는 없단 겁니다.
[앵커]
트러스 총리 사임과 관련한 각국 반응도 정리해 주시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임 발표가 나오자
'미국과 영국은 강력한 동맹이자 영원한 친구로 남을 거라면서 트러스 총리의 파트너십에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즉각 성명을 냈는데요.
'영국이 정치적 안정을 아주 빠르게 되찾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라고 했습니다.
다만 러시아는 '지금까지 영국에 이런 불명예스러운 총리는 없었다'면서 '트러스의 임명 직후 열린 영국 여왕의 장례식만 기억될 것'이라고 비꼬았습니다.
트러스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파운드 화의 환율은 상승 폭을 줄였고, 국채 금리도 하락했습니다.
외신은 이걸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뉴스룸입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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