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주식자료 안 내고 버틴 백경란..국회 복지위 '기한 내 미제출 시 고발' 안건 만장일치 통과

김경호 2022. 10. 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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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주식 보유로 이해충돌 논란..3주 동안 관련 거래내역 제출하지 않아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질병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주식 내역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난감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일 진행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태도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복지위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중 전체회의를 열어 백 청장이 기한 내 제출 요구 자료를 내지 않으면 고발 조치하는 내용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앞서 백 청장은 제약과 바이오 주식 보유로 이해 충돌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남편과 관련한 자료 제출 요구 후 3주간 관련 거래내역을 내지 않았다.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이날 종합감사 시작 전부터 “이쯤 되면 질병청장이 아니라 주식관리청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당연하다”며 주식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재산 공개자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백 청장은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등을 신고했다. 이 중 신테카바이오는 복지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었다.

여당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도 “자료 제출하라”며 “무엇이 그렇게 떳떳하지 않느냐”라며 간곡하게 요청했다.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자료 요구에도 백 청장은 ‘민간인 시절 거래’임을 이유로 들며 “검토하고 설명드리겠다”고 밝히는 등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강 의원은 “민간 자문위원 시절 자필로 서명하고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청장은 앞으로 주식하는 사람들을 7년 이하의 징역,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사람”이라면서 “개인정보라고 내지 않고 감사원에는 공무원 2만5000명의 개인정보를 가져다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도 “최대한의 자료를 주시면 많든 적든 간에 의원들이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종용했다.

정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기관장들의 접종 내역 등이 담긴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진행하는 국감에서 제출하지 못하는 자료를 어떻게 감사원에는 내줄 수 있겠느냐”며 제출을 요구했다.

이어 오후 9시 재개된 감사에서도 이러한 지적은 이어졌다.

강 의원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백 청장의 답변에 “제출하겠다는 건가, 안 하겠다는 건가”라며 “노력한다는 의지의 표현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물었다.

이어 백 청장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회의장 내 곳곳에서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질병청에 자료 요청했더니 그동안 감사를 시행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며 “행동강령을 보면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제한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장은 감사 언제 시행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백 청장은 “올해 초 일부 조사한 적 있다”며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신 의원은 “투자 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청장이 적절히 리더십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직원들이 ‘너나 잘하세요’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제대로 된 감사를 앞으로 과연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쏘아붙였다.

같은당 전혜숙 의원은 “백 청장 재산신고 상황을 보면 지금 주식 41개 종목 보유를 신고했다”며 “이것도 상당히 많은 숫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본연의 일 안하고 주식에 ‘올인’하지 않고는 이렇게 많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 청장은 이에 “주식은 그냥 카페 같은 데서 개미들이 하는 것 보고 따라하다보니 그렇게 숫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답해 국감장을 분위기를 또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백 청장은 “제 자료는 다 드렸다”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료 알려주면 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감사는 오후 10시48분 정회해 오후 11시10분께 속개했다.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질병청장이 자료 제출 요구에 순응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국민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도 모르겠고, 그게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앞으로 그런 분이 모든 질병청 내 위원회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을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복지위는 자정을 넘긴 21일 오전 0시34분쯤 전체회의로 전환한 뒤 질병청에 대한 서류 제출을 요구키로 했음을 고지했다. 기한은 오는 28일 오후 6시까지이고, 만일 기간을 지날 때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따른 법률’에 따라 질병청장을 고발키로 했다.

정 위원장은 이 안건을 상정했고 복지위 위원들은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복지위 종합감사는 하루를 넘긴 21일 오전 1시12분쯤 종료됐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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