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했다'는 여성을 외려 비방한 SNS..'좋아요' 누르면 유죄, 日 손해배상 55만엔 판결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0. 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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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Me too) 운동의 상징인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조선일보DB

트위터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그 정도로는 어렵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 고등법원이 21일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를 누른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55만엔(약 525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이토 시오리 씨가 일본의 여당 자민당 국회의원(중의원)이자 총무정무관인 스기타 미오 의원에 대해 220만엔의 손해 배상을 요청한 소송이다. 올 초 1심 판결에서는 손해 배상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2심인 도쿄 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55만엔의 손해 배상 명령을 내린 것이다. 고등법원은 스기타 의원이 적극적으로 이토 씨의 명예를 해칠 의도로 ‘좋아요’를 눌렀으며, 한도를 넘어선 모욕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마이니치신문은 “SNS의 ‘좋아요’에 배상을 명령한 사법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2015년 4월의 미투(Me too)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토 씨는 일본 방송국인 TBS의 전(前) 기자인 남성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토 시오리 씨는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됐지만, 온라인에선 그녀를 비방하는 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트위터에선 ‘잠자리 영업의 실패’와 같은 익명 투고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성폭행이라기 보다는 여성성을 활용해 영업하다가 실패하자, 복수한다는 식의 악의적인 글이었다.

일본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국회의원인 스기타 미오 의원은 2018년 6~7월에 이런 비방 트위터 투고글 25건에 ‘좋아요’를 눌렀다.

일본 고등법원은 국회의원이자 약 11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스기타 의원의 영향력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이토 씨는 판결 후에 “손가락을 누르는 하나의 행위가 사람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이번 판결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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