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울창 이야기] 남들이 뭐래도 유도훈 감독은 이대성을 믿었다

이재범 2022. 10. 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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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이대성이 공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2~3번 정도 좋지 않은 공격이 있었을 뿐이다.”

득점을 많이 해도 볼을 오래 소유한 게 문제라고 한다. 동료들의 공격을 밀어주며 슛을 자제하면 상대 수비에 막혔다고 한다. 이기면 아무 상관 없지만, 팀이 지면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인 선수가 있다. 이대성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오프 시즌 동안 전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경기를 많이 뛰는 선수가 대부분 바뀌었기에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정영삼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전자랜드 시절과는 전혀 다른 팀이란 느낌까지 받는다.

우승 후보로도 꼽히는 가스공사 전력의 핵심은 이대성이다. 지난 시즌 가드진의 중심이었던 김낙현(상무)과 두경민(DB)이 떠났다. 대신 이대성이 가세했다. 만약 이대성이 없는 가스공사라면 가드진의 무게감이 떨어져 우승후보라는 평가까지는 듣지 못할 것이다.

완전히 달라진 가스공사는 경상남도 통영에서 열린 KBL 컵대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 나섰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 편차에서 밀려 예선 탈락했다.

가스공사가 패한 두 번째 경기에서 이대성은 10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는 27득점한 이대성이기에 현대모비스의 수비에 막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최대한 이대성이 잘 하는 걸 못 하도록 수비를 했다.

한 스카우트는 컵대회가 끝난 뒤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대성만 막으면 될 거 같다고 느꼈을 거다. 가스공사는 이대성의 컨디션에 따라서 경기내용이 달라질 거다”고 했다.

이대성의 생각은 달랐다. 컵대회를 마치고 시즌 개막을 준비할 때 만난 이대성은 “막고 싶다고 막아졌으면 내가 이 자리에 못 왔다. 더 열심히 막았으면 좋겠다”며 “중요한 건 내가 슛 5개(2P 2/3, 3P 0/2) 밖에 안 쐈다. 15개, 20개를 쏜 게 아니다. 나도 사실 공격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 전 경기에서 15개(2P 7/12, 3P 2/3)의 슛을 던졌는데 15개를 던져서 이기는 방법과 (상대팀이) 이를 대비했을 때 이기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자신의 플레이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이어 “그 날은 동료를 활용하며 슛을 극도로 아꼈다(어시스트 1차전 4개, 2차전 7개). 물론 투맨게임 전개를 내가 많이 했다. 슛을 던지지 않고 동료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나도 슛을 덜 쏘면서 이기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처음 동료와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다”라고 덧붙였다.

시즌 개막 두 경기는 컵대회와 반대 결과가 나왔다.

전주 KCC와 홈 개막전에서 이대성이 25점(3리바운드 2어시스트 4스틸)의 분전에도 가스공사는 72-81로 졌다.

이대성의 오랜 볼 소유가 패인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가스공사는 19일 오전 대구체육관에서 원주 DB와 경기를 앞두고 코트 훈련을 했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유도훈 감독은 여러 곳에서 이대성의 오랜 볼 소유를 지적한다고 하자 “이대성이 공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2~3번 정도 좋지 않은 공격이 있었을 뿐이다”라며 “1쿼터부터 다른 선수들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대성이가 득점을 해줬다. 3점슛을 2~3개 던졌고, 나머지는 투포인트 게임을 했다. 야투 성공률이 60% 가량(2P 11/15, 3P 0/3, 야투 11/18 61.1%) 나왔으면 잘 한 거다”고 이대성을 두둔했다.

이어 “대성이가 혼자서 할 때는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해줘야 한다. 대성이에게도 자신으로 인해서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할 수 있어야 특급선수가 된다고 이야기를 해준다”며 “대성이와 같이 뛰는 벨란겔이나 이원대가 자기 공격을 해줘야 한다. 외국선수가 득점형이면 가드의 슛 시도가 적지만, 우리는 수비형 외국선수다. 그럼 가드들이 그만큼 공격을 더 해줘야 한다. 대성이가 볼을 오래 끄는 게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대성은 DB와 맞대결에서 슛을 많이 던지지 않았다. 전반까지 야투 6개 중 2개만 넣었다. 야투 성공률 33.3%로 낮았다. 후반에는 야투 2개만 시도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경기 전에 “대성이로 인해서 공격이 파생될 가능성이 크다. 대성이를 막는다고 20점을 못 넣을 게 아니다. 볼 소유를 오래하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예상했다. 이대성은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슛 감각이 좋은 동료들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줬다.

컵대회와 달리 이대성이 득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가스공사는 이겼다.

유도훈 감독도 DB에게 승리한 뒤 “공격에서는 대성이 쪽으로 (상대 수비가) 몰린다. 대성이가 영리하게 해줬다”며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상대의 주요 수비가 붙을 때 벨란겔에게 공격을 시키다가 마지막에 공격을 하거나 패턴으로 슛을 던지거나 수비로 도움을 주는 걸 잘 했다. 그래서 벨란겔과 이원대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고 이대성을 칭찬했다.

이어 “이대성이 그런 농구를 계속 해야 한다. 대성이와 많은 대화를 한다. 내 눈빛을 볼 때 내 이야기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가스공사에 왔기에 우승하고, 강팀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크다”며 “첫 경기에서는 너무 경기가 안 풀려서 이기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건 괜찮다고 했다. 승부 근성이 있는 선수를 좋아한다. 또 깨달음이 있어서 다음 경기 때 잘 하면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대성은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챔피언 등극을 경험했다. 당시에는 형들을 따라가는 선수였다. 이제는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다.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20점 가량 득점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컵대회 포함해 4경기만 볼 때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이대성이다. 그렇다면 가스공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 ‘대울창 이야기’는 수도권 지역보다 현장 취재가 적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와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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