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트러스 총리 44일 만에 사임..내주 새 총리 결정(종합3보)

최서윤 기자 김정률 기자 이서영 기자 2022. 10. 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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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44일만에 사임 발표..새 당대표 선출 서두르는 집권 보수당
24일 의원투표서 결론 가능성..온라인 당원투표 거쳐도 28일엔 결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총리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의사를 밝혔다. 2022. 10. 20.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김정률 이서영 기자 =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6일 취임한 지 44일 만이다.

당초 트러스 총리가 버티면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이 경우 자칫 의회 해산으로 총선을 다시 열게 돼 이번 사태로 지지율이 역전된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예상됐다. 이에 결국 트러스 총리가 자진 사임하는 쪽으로 결론 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7월 7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수습되나 싶었던 영국 정치권과 집권 보수당의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보수당은 이 같은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 새 총리를 맡을 차기 당대표 선출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일주일 내로 당선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2022.10.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감세 후폭풍' 트러스 '역대 최단명 총리' 오명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다음 주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트러스 총리는 "경제와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았고 가정과 기업들은 청구서를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해왔다"고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불법 전쟁은 우리 대륙 전체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안보 상황도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이런 상황을 바꿀 권한을 갖고 보수당에 의해 총리직에 선출됐다"며 "우리 당은 에너지 요금과 국민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고 브렉시트 이후 저세금 고성장 경제를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보수당에 의해 선출된 권한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국왕께 보수당의 당수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알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늘 아침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하원의원)을 만나 다음 주 안에 지도부 선거를 마무리 짓는 것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나눴다"며 "이는 우리의 재정 계획을 이행하고 영국의 경제적 안정과 국가 안보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의 대처'를 꿈꿔온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취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국장을 마친 9월 22~23일 약 450억 파운드가 투입될 감세정책 미니 버짓을 발표했다가 재정 불안 우려로 파운드화 폭락 사태를 겪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영란은행의 통화긴축 기조와도 조화되지 못하는 '부적절한' 재정정책이란 혹평을 샀다.

이후 쿼지 콰텡 초대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헌트 장관을 새로 임명,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하는 정책 '유턴'을 했지만 보수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에 결국 영국의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트러스 총리 이전 영국 역대 최단기 총리는 1827년 4월12일 취임한 조지 캐닝 총리다. 그는 건강 문제로 취임 119일만에 사망했다. 이제 트러스 총리가 그 기록을 깨게 됐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임명한 마지막 영국 총리가 최단 임기로 내려온다. 사진은 리즈 트러스(우측) 영국 총리가 지난달 6일 당선인 신분으로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을 예방,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모습. 2022. 9. 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비상' 보수당, 새 대표 선출 절차 일주일내로 압축

로이터 통신과 CNN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의 차기 총리에 오를 보수당 새 당대표 당선자는 이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28일 발표된다.

보수당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 절차는 당장 월요일인 24일 시작한다.

제이크 베리 보수당 대표(하원의원)와 브래디 위원장이 이날 브리핑한 바에 따르면 후보를 추리는 첫 경선은 보수당 의원 투표로 진행된다.

의원들의 후보 지명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오후 1시(한국시각 밤 11시) 마감되는데, 의원 100명 이상의 지명을 받아야 후보가 될 수 있다.

문턱이 높다보니 많아야 3명 정도의 후보가 이 요건을 충족해 1단계에 진출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만약 1단계 문턱을 넘은 후보가 단 한 명 밖에 없을 경우 바로 당일 당선자 선언이 이뤄진다.

즉, 1명의 유일한 통과자 또는 2~3명의 후보 확정 결과는 당일 GMT 기준 오후 5시(한국시각 25일 새벽 2시) 발표될 예정이다.

만약 후보가 2명으로 좁혀질 경우 더욱 많은은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로 승자를 결정한다.

후보가 3명이 되더라도 의원 투표를 거쳐 2명으로 좁힌 뒤 당원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이 경우 의원투표 결과는 당일 GMT 기준 오후 8시(한국시각 25일 새벽 5시) 발표된다.

당원 온라인 투표의 최종 승자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새 총리의 윤곽이 일주일 내 나오는 셈이다.

앞서 보리스 존슨 직전 총리가 7월 7일 사임을 발표한 뒤 트러스 총리가 선출(9월 5일)되기까지는 약 두 달이 소요됐다.

당시엔 첫 경선 절차의 후보 지명 요건이 의원 20명 이상 지지로 훨씬 낮은 문턱에서 시작, 8명의 후보를 추린 뒤 최종 2인이 남을 때까지 여러차례 투표를 진행했었다.

이번에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처음부터 후보 지명 문턱을 높여 후보 수를 빠르게 추려 승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는 트러스 정부가 '감세 후폭풍'에 이어 '두 달 천하'로 끝나는 역대 최단명 내각으로 전락함에 따라, 정치와 정책 혼란을 신속히 수습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구관이 명관' 존슨?…재무장관 출신 수낵?

현재 경선에 출마할 후보군으로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스티븐 스윈포드 타임지 정치부문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존슨 전 총리)는 분위기를 보고 있긴 하지만, 이건 국익의 문제라고 믿는다는 말이 들려온다"며 존슨 전 총리의 경선 출마를 점쳤다.

앞서 2019년 7월 취임한 존슨 전 총리는 임기 중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이 불거진 이른바 '내로남불 파티', 올해 5월 지방선거 일부 지역 패배, 인사 참사와 측근 성비위 무마, 거짓 해명 등의 논란으로 내각의 줄사퇴 속 지난 7월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최근 트러스 내각의 실정으로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영국 정부의 시장 신뢰도가 하락하자, '차라리 구관이 명관'이라는 향수 속 존슨 총리의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고브가 최근 당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총리로 존슨 전 총리를 희망하는 의견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직전 당대표 선거 때 트러스 총리와 최종 2인 후보로 승부를 다퉜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다.

인도계 수낵 전 장관은 특히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재무장관 출신으로, 트러스 내각 조기 종료의 원인이 된 재정 및 경제정책을 보완할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은다.

수낵 전 장관은 당대표 선거 때도 인플레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증세 입장을 고수하며 감세를 주장한 트러스 총리와 상반되는 정책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수낵 전 장관이 이번 경선에 출마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그 밖에 지난 선거 때 트러스 총리, 수낙 전 장관과 최종 3인에 올랐던 페니 모돈토 전 국제통상부 부장관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레미 헌트 현 재무장관과 벤 월리스 전 국방장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제임스 클리버리 외무장관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지난 8월 24일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도 키이우를 3번째로 방문해 용기의 골목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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