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코앞 대만에서 첨단무기 생산 추진
미국이 자국산 첨단 무기를 대만과 공동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 국방력은 크게 강화되고 미·중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는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대만 양국이 이미 무기 공동 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중 마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미국 방산 기업이 미사일 등 제조 기술을 제공하고, 대만이 자국 영토 내 생산 시설에서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 대만의 공장에서 부품을 제조해 미국 측에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첨단 방산 기술 유출을 우려해 대만과의 무기 공동 생산은 검토 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노골적으로 대만 무력 통일 의지를 공개하고 있고, 특히 예상했던 무력 도발 시기가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은 예전에 (우리가) 상정했던 시기보다 상당히 빠르게 (대만)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군이 오는 2027년쯤 대만 침공을 위한 군사적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전망해왔으나,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19일(현지 시각) 중국이 이르면 올해나 내년 중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침략에 맞설 대만의 무기 수준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미국의 무기 공급이 제때 이뤄지기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무기 수출을 승인하고 실제 인도가 이뤄지기까지 보통 수년~10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량 공급하는 바람에 대만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지난 5월 대만 국방부는 “미국에서 당초 2026년까지 전량 공급 완료 예정이었던 휴대용 대공미사일 스팅어 납품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오는 2027년까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2028년엔 하푼 대함미사일을 받기로 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미국 내에도 스팅어와 하이마스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영국 등 동맹국에도 대만에 무기를 수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도 과거에 전투기와 호위함을 대만에 판매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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