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몰리는데 직원 못구하는 일본… ‘여행+알바’ 상품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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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 아사쿠사 일대는 ‘체육의 날’ 연휴 마지막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센소지(浅草寺)가 있는 이곳은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서예와 다도(茶道)를 체험하거나 인력거를 타고 주변 문화재를 둘러보는 것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이날 센소지로 향하는 입구 주변을 제외하고 인력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인력거꾼은 “코로나 장기화로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회사가 임시 휴업을 계속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난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아사쿠사에서 전통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 기업인 지다이야는 코로나 확산 이전 30명이던 인력거꾼이 18명으로 약 40% 줄었다고 했다. 서예·다도 체험 담당 직원은 5명에서 3명이 됐다. 지다이야 관계자는 “최근 관광객이 급격히 불어나 채용을 늘리려고 하는데, 직원 교육 기간이 필요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외국인의 무비자 자유 여행을 허용하고 내국인에게 국내 여행비를 지원하는 등 관광 산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주요 관광지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 후 직원을 줄이거나 휴업에 들어간 관광 업체들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관광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숙박업 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조사 업체인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여관·호텔 업종 2만6000곳 중 72.8%가 ‘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5%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고 답한 업체도 67.9%에 달했다. 주요 관광지에는 직원 부족 등으로 아직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곳이 많다. 지난주 교토와 고베 일대를 여행한 회사원 이모(32)씨는 “자주 가던 일본 가정식 음식점과 호텔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숙박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치기현 기누가와 온천 마을에서 56년 영업을 이어가는 한 료칸(여관)은 모든 객실에 태블릿 PC를 설치했다. 여관 시설이나 온천 혼잡도 등 자주 묻는 내용을 태블릿 PC에 담아 직원이 직접 안내하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나미키 에미 사장은 “료칸에선 직원과 손님이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직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NHK에 전했다.
여행을 즐기면서 농가나 숙박 시설에서 일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어로 ‘도움’과 ‘여행’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오테츠타비(おてつたび)’라는 프로그램인데, 인력이 부족한 농가나 숙박 시설에 공짜로 묵는 대신 일정 시간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방식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전국에서 업체 약 800곳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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