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 굴욕' 안고 떠나는 英 트러스..차기 총리는 누구?

뉴욕=임동욱 특파원, 김남이 기자 2022. 10. 2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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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다우닝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2022.10.20.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46)가 취임 44일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역대 영국 총리 중 가장 짧은 재임기간이다.

20일 BBC 등에 따르면 영국의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밤 9시30분) 총리 관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당초 선출될 때 부여된 권한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10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트러스 총리는 "경제적으로 국제적으로 크게 불안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더 이상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영국은 하원의 과반을 차지한 집권당의 당수를 국왕이 총리로 임명한다. 트러스 총리는 찰스 3세 국왕에게도 보수당 당수에서 물러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에 보수당 지도부 선거가 있을 것이고,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취임한 직후 대책 없는 감세 조치로 금융시장 요동과 파운드화 폭락을 초래했다며 소속 보수당 하원의원들의 사퇴 압력이 거셌다. 경제정책을 주도한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기도 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다우닝 10번가를 떠나게 됐다.
트러스 "경제·사회 불안정한 시기 취임...더 이상 권한 수행 못하는 점 인정"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다우닝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2022.10.20.
다음은 사임 성명 전문.

나는 경제와 국제사회가 크게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습니다. 가정과 기업들은 청구서를 어떻게 지불해야 할 지를 놓고 걱정했습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불법 전쟁은 우리 대륙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낮은 경제 성장으로 인해 너무 오랫동안 발목을 잡혀 있었습니다.

나는 이것을 바꿀 권한을 가지고 보수당에 의해 선출됐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요금과 국가 보험료 인하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브렉시트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낮은 세금, 고성장 경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고려할 때, 나는 내가 보수당에 의해 선출된 권한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그래서 나는 국왕 폐하께 내가 보수당의 당수직을 사임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1922 위원회 의장인 그래이엄 브래디 경과 만났습니다. 우리는 다음주 지도부 선거를 치르기로 동의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재정 계획을 세우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안정과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길을 굳건히 할 것입니다.

나는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실상 예정됐던 사임...'감세·파운드화 폭락'에 직격탄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다우닝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한 뒤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2022.10.20.
이날 발표는 당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수당 의원 모임의 대표인 그레이엄 브래디와 예정에 없는 만남을 가진 지 몇 분 만에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생존력은 감세 정책이 시장을 뒤흔들고 파운드화 폭락 이후 약해졌고, 지난 월요일 새로 임명된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이 트러스의 감세 정책을 파기하고 있다고 밝혔을 때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트러스 총리의 입지는 최근 계속 악화됐다. 사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였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 수요일 의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고, 몇 시간 후 최고위 각료 중 한 명인 수엘라 브라버만 내무장관을 보안 위반을 이유로 해임해야 했다. 브라버만 장관은 자신이 개인 이메일을 통해 의회의 한 의원에게 정부 관련 문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총리에게 보낸 사임서에서 "이 정부의 방향에 대해 우려한다"며 유권자들에 대한 공약을 어겼고, 특히 이민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차기 총리 누구?
차기 총리가 누가 될 지도 관건이다. 분열된 보수당이 차기 당수로 누구를 선택할 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잠재적 총리 후보로는 △페니 모던트 하원의장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벤 윌리스 국방장관 △스엘라 브라버만 전 내무장관등이 거론된다.
英노동당 "총선 치러야" 주장
야당인 영국 노동당은 총리의 사임을 계기로 총선을 치러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당수는 트러스 총리가 사임한 후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국민들은 이 '혼돈의 회전문'보다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머 당수는 "최근 일어난 위기 모두 다우닝 가에서 일어났지만, 영국 국민들에 의해 지불됐다"며 "이 사건들은 우리나라를 더 약하게 만들고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리당은 영국 국민의 동의 없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클릭하는 것으로는 최근 혼란에 대응할 수 없다"며 "그들은 국가를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할 권한이 없으며, 영국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운영할 수 있는 사유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국 대중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 적절한 발언권을 가질 자격이 있고, 노동당이 이 혼란을 해결할 것"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가져야 하고, 지금 총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英금융시장 반응은...
한편,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소폭 상승했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5%포인트 높은 1.13달러에 거래됐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영국 국채 수익률은 이 소식에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했다. 10년물 수익률은 3.76%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86%대로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이 영국의 경제적 미래를 훨씬 더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는 판단 속에서 일단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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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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