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시설에서 방치된 소녀 숨졌지만.. 習, '제로 코로나' 고수..대규모 격리시설 더 지어

박세영 기자 2022. 10. 20. 22: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치돼 사망한 아이와 어머니의 모습. 붉은 글씨로 ‘불쌍한 아기를 구해주세요. 널리 퍼뜨려 주세요. 이 불쌍한 아이를 구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더우인 캡처. 뉴시스

코로나 격리시설 입소 시에 건강, 그러나 방치 속에 사망된 채 발견돼

SNS 등에 영상 퍼졌지만 삭제·차단 조치돼 지금은 볼 수 없어

시진핑 주석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할 것" 상하이에 대규모 격리시설 추가 건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극단적으로 엄격한 주민 통제를 실시 중인 중국에서 격리 당시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여중생이 시설 내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는 묵살됐고, 딸 사망후 가족들이 ‘원인 규명’을 요구하며 인터넷에 올린 영상 등은 삭제·차단됐다.

20일 대만 중앙통신은 최근 허난(河南)성 루저우(汝州)의 한 코로나19 격리시설에서 궈(郭)씨로 알려진 14세 소녀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은 17일 오전부터 고열 증상이 나타났고, 오후 2시쯤부터 경련, 의식이 없는 등 심각한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당시 함께 격리된 친척이 격리시설의 인원한테 소녀의 상황을 알렸지만, 의료 인원이 오지 않았고 여중생은 저녁 7시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이 소녀는 18일 오전 3시 숨졌다. 병원 의사는 가족에게 여중생의 사인이 고열로 인한 폐부종과 뇌염이라고 설명했다. 여중생의 아버지는 "의사가 뇌염은 늦어지면 치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때 병원에 보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격리시설엔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중생의 이모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인터넷에 올린 영상에서 "아이가 격리후 열이 나고 구토를 했지만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은 질병관리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려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더구나 온 가족이 격리로 다른 장소로 끌려갔기 때문에 직접 도울 수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격리시설에 도착했을 때 건강한 상태였으나 당국의 늑장 대응 때문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이 괴로워하며 발작을 일으키고 옆에서 이모라고 밝힌 여성이 도움을 구하는 영상이 SNS에 올려졌으나 이는 곧 검열 조치로 인해 삭제되고 검색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구이저우(貴州)성 첸난부이·먀오족자치주 한 고속도로에서 47명이 탄 버스가 도로 아래로 추락해 2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친 일도 벌어졌다. 사고 차량은 구이양(貴陽)시에서 코로나19 관련 인원을 태우고 인근 도시의 한 격리호텔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중국은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확인되면 밀접 접촉자는 물론 2차 접촉자까지 격리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 연설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다(動態淸零不動搖)"라면서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대한 보호했고 경제사회 발전의 성과를 냈다"는 말로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도 고꾸라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인은 문밖을 나서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 증명서가 없으면 공공장소 출입이 금지되며, 심지어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QR 코드 스캔을 요구받는 등 온종일 ‘코로나19 통제’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인의 소비 침체로 이어져 코로나19 통제가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제시했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부분·전면 봉쇄로 인해 올해 성장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3%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상하이(上海) 도심에 3250개의 병상을 갖춘 코로나19 격리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중국건설교통유한공사에 낙찰된 이 공사에는 13억8000만 위안(약 2700억 원)이 투입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지난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도시를 전면 봉쇄했던 상하이시는 최근 감염자가 느는 추세를 보이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당 대회 하루 전날인 17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허난성 정저우(鄭州)시를 봉쇄 조치하기도 했다.

박세영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