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집권 후 더 좁아진 소수민족의 '등용문'

이종섭 기자 2022. 10.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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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요직 진입 안 보여
고위 지도부 내 대표성 약화
"동화 정책 강화 의도" 풀이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진행 중이지만 당 핵심 지도부에 들어갈 소수민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당과 정부에서 소수민족의 고위직 진출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중국 고위 지도부 내에서 소수민족 대표성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과거에는 소수민족 출신이 당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에 진입하거나 부총리 또는 국무위원 등 정부 요직에 등용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갈수록 그런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현재 중앙정치국 위원 25명과 정부의 국무위원 5명은 한족으로만 구성돼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이족 출신인 후이량위(回良玉)가 2003~2013년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국무원 부총리를 지내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최고위직까지 오른 바 있다. 또 2008~2013년에는 투자족 출신인 다이빙궈(戴秉國)가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지냈고, 위구르족으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을 지낸 이스마일 아마트(司馬義 艾買提)도 1993~2003년 국무위원으로 일했다. 이보다 앞서 1970~1980년대에는 좡족 출신 장군으로 당 중앙정치국원을 지낸 웨이궈칭(韋國淸)과 몽고족인 우란푸(烏蘭夫) 전 국가부주석 등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족통합을 내세운 시 주석 집권 이후 오히려 소수민족의 등용문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소수민족 문제를 관할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겸 당 서기를 대대로 소수민족이 맡던 관례를 깨고 2020년부터 두 번 연속 한족을 임명한 것이 상징적인 예로 꼽힌다. 이는 민족통합을 내세우며 소수민족의 한족화 내지는 동화 정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잔 매카시 미국 프로비던스대 교수는 “중국에서 소수민족 간부들에게 민족적 배경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며 심지어 경시되고 있다”며 “중국과 중국 문화에 대한 시 주석의 비전은 한족 중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22일 폐막하는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은 당 대회 마지막 날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제20기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한다. 현재 중앙위원 200여명과 후보위원 170여명으로 구성된 제19기 중앙위원회에는 중앙위원 16명과 후보위원 22명의 소수민족이 포함돼 있다. 10% 안팎의 이 비율은 20기 중앙위원회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소수민족은 극소수다. 현재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가장 큰 소수민족 인사로는 바이족인 천이친(諶貽琴) 구이저우(貴州)성 당 서기가 꼽힌다. 다만 그 역시도 소수민족으로서보다는 현재 중앙정치국 내 유일한 여성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를 대체할 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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