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위안화 약세에 원화도 압박..불안감 커지는 아시아 금융시장

이윤주 기자 2022. 10. 2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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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원·달러 환율 1433.3원
"추가 상승 가능성 열어둬야"

엔화가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엔화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지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엔화·위안화와 동반하는 움직임이 뚜렷한 원화도 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1420원대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슈퍼달러’의 위세와 ‘엔화 약세’라는 요인까지 겹쳐 재차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50엔을 넘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달러당 7.2437위안까지 치솟아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우선 원화가 엔화에 동반해 움직이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는 원화에도 약세 요인이 된다. 또 엔화는 유로화에 이어 달러화 인덱스를 구성하는 제2의 통화다. 따라서 엔화 약세는 결국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다시 원화 약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1원 오른 달러당 1433.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150엔을 돌파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엔화 약세 지속은 달러 인덱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원화 추가 약세로 파급되는 효과가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리스크를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나 연기금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경우 간접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나 파운드화 약세도 우려되는 현상이지만 엔화 초약세는 더욱 달갑지 않다”며 “일본 정부 혹은 연기금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경색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나홀로 완화’ 정책은 적어도 내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구로다 총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최근의 엔저(엔화 가치 하락) 진행은 급속하고 일방적이어서 경제에 마이너스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안정적인 엔저 움직임이 있다면 경제 전체에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전반적 물가수준의 장기간 하락)을 벗어나지 못한 일본 경제는 최근의 물가 오름세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1000조엔(약 955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의 원리금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다만 급속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가파른 엔화 약세 속도를 억제할 수 있겠으나 엔저 추세를 반전시킬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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