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비서 '사랑해요' 문자 파장.. 여성단체 "캠페인 차원서 통용되던 표현"

정은나리 2022. 10. 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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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공격 위해 왜곡·짜깁기 유포.. 참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왼쪽 사진)과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변호인이 공개한 비밀대화 초대 화면.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비서 A씨가 “사랑해요”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A씨를 지원해온 여성단체들은 “피해자 공격을 위해 왜곡, 짜깁기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20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시장과 여비서 A씨가 주고받은 문자 논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라며 “현재 변호사 정철승이 유포하고 있는 텔레그램 메시지는 2020년 7월8일 고소시 피해자가 직접 본인의 핸드폰을 포렌식 하여 제출한 것이다. 이 포렌식 결과는 성희롱 결정을 한 인권위의 판단 과정에서도 이미 검토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보낸 “사랑해요” 메시지에 대해서는 “정치인 박원순의 활동에서 ‘사랑해요’는 지지자와 캠페인 차원에서 통용되던 표현”이라며 “자원봉사자, 장애인, 아동, 대학생, 지지자와 박원순 전 시장 사이에서 사용됐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4년 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로서 수발하며 정치인 박원순을 지지하고 고양하고 응원하는 ‘사랑해요’ 표현을 업무 시에 계속 사용했다"면서 "한편 피해자가 동료들, 상급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상급자도 피해자에게 ‘사랑해’라고 하고, 피해자도 동료들과 상급자에게 ‘사랑해요’를 기재한 경우를 볼 수 있으며, 이같은 자료 또한 경찰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이라는 문자에 대해서도 “변호사 정철승이 유포한 자료에서 피해자가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라고 하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라고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꿈에서 만나요’는 직장의 수장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연락이 밤늦게 이루어지는 것이 반복되었던 시점에서 피해자가 이를 중단하고 회피하고자 할 때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성폭력 판단에서 상황과 맥락이 삭제되어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의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 더 심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가해자를 달래는 행위는 절대적 위계가 작동하는 위력 성폭력 피해의 맥락에서 일어난다.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삭제한 채 성폭력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철승 변호사가 공개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여비서 A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일부. 정 변호사 페이스북
앞서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 대리를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포렌식으로 복구된 박 전 시장과 A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대화는 피해자가 인권위에 제출한 포렌식 자료로, 관련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것이다.

공개된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A씨는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고고”, “굿밤”, “꺄 시장님 ㅎㅎㅎ 잘 지내세용” 등의 문자를 연달아 보냈다. 박 전 시장이 “그러나 저러나ㅜ 빨리 시집가야지 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말하자 A씨가 “ㅎㅎㅎ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답한 대화 내용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 변호사는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직원은 아무리 충실해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박 전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만 오래 했기 때문에, 이 사건 전까지 상사에게 선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부하직원을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박 전 시장의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문자 공개 3일 만인 이날 페이스북에 “흉흉한 댓글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사실의 자리에 있을 것이고, 나는 내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뿐”이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해당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기존 입장에서 변함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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