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13년만에 최악..제2금융권 숨통부터 조인다

이재연 2022. 10.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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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발 시장 공포까지 커지면서 이미 13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당분간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일반 기업은 채권 발행 외에 은행 대출도 가능하지만, 여전사들은 채권이나 어음 발행 외에는 자금 조달 창구가 제한적인 탓이다.

그나마 시장에 있는 유동성은 올해 발행량이 급증한 우량 채권들이 휩쓸어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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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레고랜드발 기업 자금 조달 시장 경색
연합뉴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발 시장 공포까지 커지면서 이미 13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당분간 더욱 쪼그라들 전망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제2금융권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재가동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일시적인 투자 심리 개선 외에는 큰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여전채(AA등급)와 국고채 3년물 간의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전날인 19일 1.6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09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무위험 금리로 여겨지는 국고채 금리보다 여전채 금리가 훨씬 빠르게 올랐다는 것으로, 여전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뜻이다. 일반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1.19%포인트로, 마찬가지로 2009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여전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 인상기에 더 큰 타격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일반 기업은 채권 발행 외에 은행 대출도 가능하지만, 여전사들은 채권이나 어음 발행 외에는 자금 조달 창구가 제한적인 탓이다. 위기 때마다 여전사를 둘러싼 유동성 리스크가 재현되는 이유다.

그나마 시장에 있는 유동성은 올해 발행량이 급증한 우량 채권들이 휩쓸어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한전채가 대표적이다. 회사채는 지난 3월 이후 순상환으로 전환한 반면, 한전채가 포함된 특수채는 올해 1∼9월 순발행 26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원)과 차이가 크다. 한전은 전력 생산단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은행채 발행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날까지 은행채 순발행액은 168조6490억원이다. 지난 1년 은행채 발행액(183조2123억원)에 육박한다. 9월 순발행액만 7조4600억원(발행액 25조880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해 나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대출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들어선 환율 급등으로 외화 손실이 커지자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날 금융당국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금융당국은 은행의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기존 100%에서 85%로 인하했고, 지난 6월부터 단계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애초 계획은 올해 말 92.5%, 내년 1분기 95%, 내년 2분기 97.5%, 내년 7월 100%로 점차 올리는 것인데, 이날 내년 6월 말까지는 92.5%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오른 데에는 이러한 초우량채 공급 확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초우량채 금리마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크다. 지난 17일에는 1000억원 규모의 한전채 3년물이 표면 이자율 5.9%에 발행됐다. 불과 두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한은은 한전채 금리 상승이 회사채시장을 왜곡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한전채 금리가 회사채 금리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일단 미국발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닌데다, 강원도 채무불이행 사태의 여파로 확산된 공포 심리가 언제 잦아들지도 알 수 없어서다. 한은은 “단기간에 신용채권시장의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꺼내든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채안펀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시중은행과 보험·증권사에서 충당하는 탓이다.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의 총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뜻이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터라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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