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장관도 수낵파 기용.. 英정부, '트러수낵' 내각 되나

김태훈 2022. 10. 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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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국을 다스리는 건 '트러수낵'(Trussunak) 내각인가."

취임 40일 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은 리즈 트러스(Truss) 영국 총리가 경질하거나 사임한 장관들 후임으로 리시 수낵(Sunak) 전 재무장관의 측근을 잇따라 기용하며 '트러스·수낵 연합정권'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앞서 감세정책 추진이 영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지자 트러스 총리는 그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제레미 헌트 전 외교장관을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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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낸 내무장관 후임에 섑스 前 교통장관 임명
지난 총리 경선 때 '수낵 지지·트러스 비판' 입장
새 재무장관 헌트도 수낵파..'트러스표' 감세 철회
"정권 유지 급한 트러스, 정적 수낵에 '구조' 요청"

“이제 영국을 다스리는 건 ‘트러수낵’(Trussunak) 내각인가.”

취임 40일 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은 리즈 트러스(Truss) 영국 총리가 경질하거나 사임한 장관들 후임으로 리시 수낵(Sunak) 전 재무장관의 측근을 잇따라 기용하며 ‘트러스·수낵 연합정권’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두 사람이 지난 7월부터 약 2개월간 집권 보수당의 새 총재 겸 차기 총리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사이란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보수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결국 트러스 총리가 정적인 수낵 전 장관한테 긴급구조(SOS) 요청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전날 “내각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교통장관 출신의 그랜트 섑스 보수당 의원을 발탁했다. 영국에서 내무장관은 총리, 재무장관, 외교장관과 더불어 4대 요직(일명 ‘빅4’)으로 꼽히는 중요한 자리로 역대 총리 상당수가 내무장관을 거쳐 내각 수장에 올랐다. 섑스 의원은 이날 오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를 방문해 트러스 총리와 면담한 뒤 내무장관직을 수락했다.

그랜트 섑스 신임 영국 내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방문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와의 면담을 마친 뒤 관저를 떠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을 비판하며 사표를 던진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장관 후임으로 섑스 장관을 기용했다. 섑스 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정적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가까운 인물이다. 런던=EPA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건 섑스 신임 내무장관의 이력이다. 원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측근이었던 섑스 장관은 2019년 총리 경선 당시 존슨을 지지한 대가로 새 내각 출범 후 교통장관이 됐다. 지난 7월 존슨의 사의 표명으로 차기 총리를 뽑는 경선이 시작돼 트러스 대 수낵의 ‘2파전’ 양상이 굳어지자 섑스 장관은 수낵 편에 섰다. 그 때문인지 트러스 총리는 지난 9월6일 취임 후 조각을 하며 섑스 장관을 교통부에서 물러나게 하는 형태로 내각에서 배제했다. 이후 섑스 장관은 내각 밖에서 트러스 총리를 맹렬히 비판해왔다.

트러스 총리의 반대파 중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감세정책 추진이 영국의 경제위기로 이어지자 트러스 총리는 그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제레미 헌트 전 외교장관을 기용했다. 헌트 장관 역시 ‘반(反)트러스’ 인사로 지난 총리 경선 당시 수낵을 지지한 인물이다. 트러스 내각 출범 후 40일 만에 빅4의 절반인 두 자리가 수낵 쪽 인사들한테 넘어간 셈이다. 헌트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감세정책을 철회했다.

19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가 최근 새로 임명한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과 나란히 의회에 출석한 모습.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정적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가까운 인물이다. 의회 방송 캡처, AFP연합뉴스
그렇다고 트러스 총리를 덮친 정치적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보수당 의원들 중엔 ‘감세정책 실패의 책임을 총리 스스로 지는 대신 재무장관한테 떠넘겨 경질해버린 것은 잘못’이란 시각을 지닌 이가 여전히 많다. 그들은 가결 가능성이 높든 낮든 트러스 총리를 상대로 한 불신임 투표만은 반드시 강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권 유지를 위해 최대 정적인 수낵한테 손을 내민 트러스 총리의 승부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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