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50엔' 돌파.. 고물가·적자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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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일본 경제가 무역적자와 고물가에 휘청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22일 약 24년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엔화 가치 하락은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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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외환시장 개입 역부족
엔·달러 환율이 32년 만에 150엔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일본 경제가 무역적자와 고물가에 휘청이고 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20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0엔을 돌파했다. 이는 소위 '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엔화는 달러당 149.85엔에 장을 마감했다.
올 초 115엔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10개월 여 만에 30%가량 치솟았다. 최근 들어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40엔대(9월 1일)에서 105엔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달도 채 안걸렸다.일본 정부는 지난 9월 22일 약 24년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심을 표하면서도 금융완화를 유지한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도록 하는 등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NHK는 "미국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미일 간 금리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엔 매도, 달러 매수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최근 엔화 약세 배경을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어느 시점에 외환시장 개입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과도한 움직임이 있으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 생각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엔화 가치 하락은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약 105조49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엔화 약세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총수출액은 49조5762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했으나, 총 수입액이 60조5837억엔으로 44.5%나 늘었다.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일본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4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물가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일본은행은 오는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22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7월에 발표한 2.3%에서 2%대 후반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대 후반의 물가 상승은 소비세 증세 영향 등을 제외했을 때 '거품(버블) 경제' 후반 국면이었던 1991년의 2.6% 이후 31년 만이다.
32년만의 엔저에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1원 오른 1433.3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9.2원 오른 달러당 1,435.4원에 출발해 143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 밖에도 중국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2484위안으로 치솟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며,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7.279위안까지 올라 위안화 역외 거래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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