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 기망하는지 보자" 2년 전 회의록 공개 놓고 공방
오늘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서 전 장관에게 적용된 혐의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합참 SI열람과 2년 전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고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열었습니다.
설 의원은 "당시 국방위에서 충분히 검토해 월북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뒤바뀌면서 관련자들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비공개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그 기록을 모두 정리해서 국민들에게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누가 거짓을 말하고 기망하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설 의원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붕대를 감았다고 공개한 점을 거론하며 "실제로 구명조끼가 있고 붕대를 감은 게 사실이라면 이는 오히려 명백한 월북의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당 김병주 의원도 가세했습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피랍 당시 한자, 구명조끼 등 엉뚱한 얘기를 해서 국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은 수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 전 장관 조작 주장은 잘못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감사원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열람이 제한된 감사원이 SI를 열람해 조작한 것인지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국방위 비공개 회의를 공개해 이때 보고한 내용의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호응했습니다.
그는 "감사원이 오히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도 든다"면서 "한자 구명 조끼 등 새롭게 제시한 증거가 추정에 불과한데도 마치 무슨 범죄 증거인 것처럼 제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성호 의원도 "국민인 공무원의 인권도 중요하고, 서욱 장관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SI를 밝히지 않고 진실을 밝힐 수는 없다. 평생을 헌신한 국방부 장관이 어영부영 구속돼야 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고,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SI와 회의록 공개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돌이켜보면 (서욱 장관 재직 당시) 국방부가 진실만을 보고한 게 아니다"라며 "그때도 비공개로 회의한 것을 지금 공개하려면 다시 의결해야 하고, 2급 비밀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의록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다시 의결해야 하고,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회의록 공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취했습니다.
당시 야당 간사였던 한 의원은 "2년 전 비공개 회의에 참석 당시 국방부 보고에 동의를 해 놓고 이제와서 조작이라고 주장하냐"는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방부 보고에 의하면 월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국방부가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조작된 보고를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습니다.
임병헌 의원은 "수사 중인 것과 관련한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하면 수사 방해 가능성이 있다"며 "국방위원회 국감과 무관한 사안으로 국감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서 전 장관의 보고 내용은 다분히 조작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월북 의견을 제시하면서 국방부가 기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우리당에선 해수부 공무원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문제가 있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면서 "문 정부 국가인권위에서조차 월북으로 보고 부처 관계자를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며 엄호했습니다.
공방이 길어지면서 군 출신 의원들 간 신경전도 벌어졌습니다.
육사 40기로 대장 예편한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2년 전에서 바뀐 것은 정권밖에 없는데 어떻게 국방위원들이 서욱 전 장관이 조작했다고 주장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옛날에 같이 일한 사람이 궁지에 몰렸는데 더 모는 게 인간의 도리냐"고 허탈해 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의 육사 9년 선배인 중장 출신 한기호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한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제가 군단장 할 때 연대장을 하지 않았나. 후배들 보는 데서 김 의원이 저한테 보여주는 게 옳은 태도인가"라며 "천년만년 국회의원 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이 이제와서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게 된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설훈 의원은 "피살 공무원 유족들은 내 가족이 월북할리 없다면서 아무리 객관적 사실을 갖다 대도 안 믿는다. 그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정서 상태를 가진 분들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났고, 윤 대통령은 얘기를 들어보고 '틀림없이 월북이 아니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무능, 어리석음의 결과"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본격적인 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의사진행 발언과 신상 발언으로 회의장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이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습니다.
정동훈 기자 (jd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politics/article/6419068_356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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