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헤이븐 "땀내 나는 중세 백병전으로 초대합니다"
- 워헤이븐 공식 트레일러
캐릭터 육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MMORP보다 FPS나 대전류 게임은 캐주얼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적다. 넥슨은 이 트렌드에 맞춰 '백병전'을 키워드로 내세운 신작 '워헤이븐'을 공개했다.
워헤이븐은 16대16으로 진영을 나눠 대규모 백병전을 치르는 액션 TPS 게임이다. 창, 칼, 철퇴와 방패, 망치, 활과 같이 냉병기를 사용하는 중세 배경의 전장에서 상대 진영과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쳐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냉병기를 들고 대규모 전투를 치르는 콘셉트의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다양한 장르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 넥슨의 새로운 시도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몰렸다.
워헤이븐은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눈여겨보던 게임이다. 중세 전투라는 마니아 장르라서 "과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12일 글로벌 베타 테스트가 열리자마자 스팀으로 접속해서 게임을 즐겨봤다.
■ 조작은 간단하고 타격감과 연출은 수준급
워헤이븐은 튜토리얼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어로 들려오는 군가에 웃기기도 하면서 흥이 절로 났다. 기본 조작을 배우면서 "여러 가지 커맨드들을 외워야 하나?"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우려와 다르게 WASD + 마우스의 간단한 조합만으로도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오프닝 연출이 등장했다. 최근 리뷰를 작성했던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II의 오프닝이 떠올랐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오프닝 연출을 보여주는 것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전투가 펼쳐졌는데 적을 때리는 타격감이 수준급이다. 무기의 타격음뿐 아니라 적이 죽었을 때 돌가루로 사라지는 연출, 한방 두 방 묵직하게 때리는 손맛까지 좋았다. 총기류가 없어 적과 대치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그 상황에서 오는 몰입감도 상당했다.
전투의 마지막도 깔끔하다. '오버워치2'의 '최고의 플레이'처럼 워헤이븐도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데, 최고의 플레이어에 선정되지 못한 병사들은 영상을 보며 이모티콘으로 칭찬과 조롱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최고 플레이어의 선정 기준이 의아했다. 가끔 적을 죽이지도 않았는데도 최고의 플레이어에 선정돼 조롱당하는 유저들도 보였다. 최고의 플레이어 선정 기준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클래스마다 특색과 장단점이 뚜렷하다
워헤이븐은 블레이드(검), 스파이크(창), 아치(활), 가디언(철퇴, 방패), 워해머(망치), 스모크(향로) 6종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준수한 범위를 가진 '블레이드'는 적을 공중으로 띄우는 Q 스킬 '황소 베기'를 이용한 연계 공격의 활용도가 뛰어나 대인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좁은 공간이나 오브젝트들이 많은 지형에서 전투가 펼쳐지면 장검의 공격이 사물에 막히는 경우가 많아 불리한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스파이크'는 창의 긴 리치를 활용해 중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달리는 도중 사용이 가능한 '질주 공격'과 좌 클릭을 꾹 누르면 발동되는 '찔러 창!'은 강력한 한방이다. 그러나 '찔러 창!'의 동작이 크고 시전 시간이 길어 대인전에서 맞추기 까다롭다. 기본 공격이 거리 비례 대미지를 주기 때문에 적이 가까이 붙으면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활을 사용하는 '아치'는 난전 상황을 피해 장거리에서 안정적인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현재 글로벌 베타 테스트에선 화살의 사정거리가 짧아 중거리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스파이크의 '질주 공격'이나 블레이드의 '황소 베기' 같은 스킬에 대응하기 힘들어 운영 난도가 높은 클래스다.
철퇴와 방패를 사용하는 '가디언'은 적군의 진영을 붕괴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가진 클래스다. 가까이 붙은 적들을 밀쳐내 아군들을 보호하고 대치 중인 적들의 진영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이니시 스킬도 갖고 있다. 그러나 철퇴의 짧은 범위와 큰 몹집에서 오는 둔함 때문에 조작이 어렵다.
'워해머'는 거대한 망치로 강력한 한방을 보여준다. 공격 범위가 넓어 주변에 붙은 적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쉽고 R 스킬 '가시 벽'을 설치해 적군들의 진입을 방해한다. '가디언'과 다르게 방패가 없어 적진으로 돌진하기 힘들고 공격 모션이 크기 때문에 적을 맞추기 쉽지 않다.
'스모크'는 힐러 클래스다. 아군들을 치유해 주고 다른 분대의 아군들도 소생시킬 수 있다. E 스킬 '연기 파동'은 가까이 붙은 적을 멀리 밀쳐낼 수 있고 공중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한 회피 스킬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존력이 우수하다. 그러나 기본 체력이 적기 때문에 강한 공격을 허용하면 한 방에 죽기도 한다.
워헤이븐의 클래스는 특색이 있고 장단점이 뚜렷하다. 전투 도중 사망하면 다른 클래스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 상황에 맞게 클래스를 교체하며 전략적인 플레이를 이어가다 보면 역전의 기회도 종종 찾아온다.
■ 불리한 전세를 뒤바꾸는 '영웅의 화신'
'영웅의 화신'도 전투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적을 죽이거나 공격에 성공했을 경우 우측 하단에 있는 화신 게이지가 조금씩 차오른다.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마터', '레이븐', '호에트', '먹바람' 4종의 영웅 중 하나로 일정 시간 동안 변신할 수 있다.
'마터'는 검과 방패를 사용하는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다. 빠른 공격 속도와 공격을 받아넘기는 카운터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이븐'은 지팡이를 사용하는 원거리 특화 영웅이다. 까마귀를 날려 멀리 있는 적들에게 강력한 범위 공격을 선사해 다수의 적이 밀집된 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호에트'는 지원 영웅이다. 자신과 아군에게 보호막을 부여할 수 있고 원거리 광역 부활도 가지고 있어 불리해진 전투 상황을 뒤집는 조커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먹바람'은 말을 타고 창을 휘두르는 영웅이다. 말을 타는 영웅답게 일자 지형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방향 전환을 키보드로 전환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어 조작 난도가 가장 높은 영웅이다.
영웅들은 일반 병사들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불리해진 전투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영웅의 화신은 일종의 필살기라고 보면 된다. 매판 평균 3회 정도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이지가 채워졌다고 무작정 사용하기보단 확실하게 적을 밀어낼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 전장별 규칙 이해가 승리 비결
워헤이븐의 게임 모드는 일반전과 경쟁전으로 단순하게 구성돼있다. 글로벌 베타 테스트에 공개된 전장은 모샤발크, 겔라, 파덴, 화라 4개다. 전장마다 규칙도 다르다. 무작정 적군에게 돌진하거나 적을 죽이는 것만 집중하게 된다면 승기를 잡기 어렵다. 승리에 다가서기 위해 전장의 규칙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격전 전장 '모샤발크'와 '겔라'는 중앙에 있는 거점 2개를 점령하기 위해 진격과 후퇴를 반복하며 쟁탈전을 벌이는 전장이다. 아군과 적군에게 75의 군사력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거점을 적군보다 많이 점령하고 있다면 적군의 군사력이 소모되고 75의 군사력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승리 목표다.
아군이 중앙 거점 2개를 모두 점령하면 적군 거점까지 진격할 수 있다. 진격과 후퇴가 진행되는 동안 거점들은 점령할 수 없기 때문에 진격을 했다면 후퇴하는 적군을 쫓아가기보다 다음 거점 점령을 최우선 목표로 잡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쟁탈전 전장 '파덴'은 A, R, C 3개의 거점이 존재하며 중앙 거점(A)을 점령하는 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군과 적군에게 100의 군사력을 제공하고 '진격전'과 다르게 적을 처치하면 1점씩 소모되는 시스템이 추가된다. 중앙 거점을 점령해도 지속해서 적군의 군사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중앙 거점에서 격렬한 전투가 펼쳐지는 전장이다.
중앙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거점 안에 적군보다 많은 인원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중앙 거점을 제외한 나머지 R, C 거점은 점령을 해도 적군의 군사력이 소모되지 않는다.
R 거점을 점령하면 중앙 거점으로 보다 빠르게 합류할 수 있고 C 거점은 중앙 거점 방향으로 대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분대 하나를 별동대로 만들어 비어있는 거점을 점령하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승리를 가져온다.
호송전 전장 '화라'는 A. B. C 3개의 거점을 점령하고 호송품을 제작하고 적군 진영까지 이동시켜 3개의 석상을 부수는 게 승리 목표다. 거점을 점령하면 해당 거점의 호송품 준비 게이지가 올라가고 100%가 되면 호송품을 적군 진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반대로 호송품 준비 단계에서 점령 거점을 뺏기면 게이지가 멈춘다.
호송품 이동은 '오버워치2'의 호위 전장과 비슷하다. 호송품 근처에 아군이 있으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적군 진영까지 움직이고 화물의 이동 속도는 호위하는 아군의 수(최대 4명) 만큼 빨라진다. 이동 중 적군과 교전이 일어나면 이동하던 호송품이 멈추고 호송품 근처에 아군이 없으면 호송품이 조금씩 뒤로 이동한다.
적군의 호송품에 올라타서 조작을 하면 이동하던 호송품을 잠글 수 있다. 잠긴 호송품은 45초 동안 적군이 호송품 근처에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교전에서 승리한다면 무조건 호송품에 올라타서 잠그는 걸 추천한다.
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송 단계가 올라가고 호송품의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호송 3단계가 되면 호송품 근처에 아군이 없어도 뒤로 이동하지 않는다. 4단계에 도달하면 호송품 근처에서 적이 길을 막아도 적군 진영까지 무시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그 전에 적의 호송품 이동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시뮬레이션 요소를 넣어 신선한 '월드 패스'
FPS와 TPS 장르는 공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캐릭터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페이투윈 과금 요소를 넣으면 곤란하다. 워헤이븐의 유료 재화는 '금화'다. 글로벌 베타 테스트에선 유료 재화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다. 핵심 과금 요소는 '월드 패스', '스킨', '프로필 치장' 등 꾸미기류 아이템 위주가 될 전망이다.
'월드 패스'는 다른 게임의 배틀 패스와 다르게 '영토 전쟁'이라는 시뮬레이션 요소가 들어있어 신선했다. 플레이어는 4개의 국가 중 하나에 랜덤으로 가입하게 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경쟁을 한다.
영토가 확장될수록 국가 지위가 올라가며 최초 달성 시 은화를 받을 수 있고 지위 유지 보상으로 주간 챌린지 개수가 증가한다. 국가 지위 등급은 '약소국', '신흥국', '지역 강국', '강대국', '패권국'으로 나눠진다.
국가 지위뿐만 아니라 '신병', '병사', '하사', '부관', '참모', '장군, '원수', '군주' 총 8개의 계급도 있다. 영토 전쟁과 영토 개척에 참여하면 계급을 올릴 수 있는데 병사에서 참모 계급은 국가 지위와 동일하게 은화와 챌린지 개수 추가 보상을 얻는다. 지휘관 등급인 장군과, 원수, 군주 계급은 첫 달성 보상과 유지 보상으로 유료 재화 '금화'를 준다.
영토 전쟁을 참여하기 위해 '아바타'가 필요하다. 일반전과 경쟁전에서 얻은 전투 점수에 비례해서 아바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높은 계급을 달성하려면 게임의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
영토 전쟁 말고도 패스 레벨을 달성할 때마다 스킨과 프로필 치장, 감정 표현, 금화 등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영토 전쟁의 장대한 스케일과 다르게 패스는 최대 30레벨밖에 올리지 못해 조금 즐기다 다음 시즌까지 버려지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완성도는 다듬어야하지만 게임성은 훌륭하다
플레이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문제는 타점이다. 워헤이븐의 클래스들은 공격 모션이 크기 때문에 한번 잘못 휘두르면 반격이 들어와 죽음의 위협을 받는다. 공격 한 번에 생사가 오가는 전투가 펼쳐지는 만큼 타점 문제는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될 문제다.
분대 합류 시스템의 아군 소환 위치도 문제다. 워헤이븐은 거점에서 부활하는 것뿐만 아니라 분대원에게 빠르게 합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분대 합류 시스템은 전략적인 플레이를 도와주는 시스템이지만 아군이 소환되는 위치가 자신과 너무 가까워 자주 길막을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밀려나 낙사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아군이 소환되는 위치를 조금 떨어트리거나 후방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 외에도 오브젝트를 통과하는 버그, 거점에서 부활이 안되는 버그, 영웅 변신이 안되는 버그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라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본다. 유저들의 버그 제보를 충실히 피드백 받아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쳐나가야 한다.
워헤이븐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짜투리 시간에 한 판 가볍게 즐기기 좋고 시원한 타격감에 연출까지 모두 만족했다. 총기류를 사용하지 않고 냉병기를 사용하는 원초적인 중세 전투도 매력적이다. 플레이어마다 실력 차이는 존재했지만 조작이 간단해 게임이 어렵지 않았다.
중세 전투를 모티브로 하는 게임들은 커맨드 조작이 많아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반면 워헤이븐은 어떻게 하면 가볍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 흔적들이 조작 시스템에서 보였다. 아직 개선이 필요한 요소가 많지만 재미는 보장할 수 있다. 할만한 게임을 찾아다니고 있다면 '워헤이븐' 테스트에 참여해보자. 워헤이븐 글로벌 베타 테스트는 11월 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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