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정 겪던 말레이시아, 내달 19일 조기 총선 실시

말레이시아 정치 불안 심화로 지난달 의회 해산..조기총선 결정
2018년 정권교체 후 수감된 나집 라작 전 총리 풀려날지도 주목

2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기자회견장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압둘 가니 살레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이날 가니 위원장은 말레이시아는 오는 11월19일에 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말레이시아가 내달 19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AF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5대 총선을 11월 19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후보 지명일은 내달 5일이며 15일부터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하원 222석 중 과반인 112석을 차지하는 정당 혹은 연합세력이 차기 정부를 구성하게된다.

말레이시아 조기 총선이 치러지는 것은 여권을 중심으로 선거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서다. 말레이시아 현 의회 임기는 내년 7월6일까지였지만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가 지난 10일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러야 했다.

이스마일 총리가 속한 현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회동을 열고 올해 내에 제15대 총선을 여는 방안에 합의했다. UMNO는 집권 여당 연합 국민전선(BN) 내의 다수당이다.

이후 이스마일 총리는 압둘라 국왕의 윤허를 거쳐 의회 해산을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총리의 의회 해산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당시 국왕은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정치 발전 수준에 실망해 의회 해산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마일 총리도 "현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 때문에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며 정치적 불안정에 의해 조기총선이 치러지는 것이라는 정당성을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61년 간 UMNO에서 총리를 배출하며 장기집권했다. 2018년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야당연합이 승리를 거뒀는데 1959년 독립 이후 무려 59년 만의 정권교체였다.

이어 그 전부터 미국 등 여러나라 검찰이 조사하고 있던 말레이 국부펀드 1MDB 횡령과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연루 의혹이 본격 수사됐다. 수사를 통해 나집이 취임하면서 조성한 이 국부펀드 중 45억 달러(6조원)를 관계자들이 빼돌려 사치품과 미술품 등을 마구 사들인 정황이 포착됐다.

결국 나집은 권력남용, 신뢰 위배, 돈세탁 등을 포함 기금 관련 혐의가 42건에 이르고 별도 재판이 모두 5건에 달했다.

항소기간 동안 보석이 허용된 나집은 2년간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최종심을 맡은 연방 대법원장에 대한 모욕적 의혹 제기, 치사한 재판 연기 전략 등을 써 감옥에 안가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사이 나집을 무너뜨렸던 마하티르 모하메드 주도 개혁정부는 내분으로 무너지고 나집의 옛 집권당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집은 항소심에 이어 연방 최고법원이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차례로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이번 조기 총선에서도 다시금 UMNO가 집권할 경우 나집은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팅엄 말레이시아 대학의 브리짓 웰시는 “UMNO가 승리할 경우 나집의 유죄 판결에 법치가 존중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유권자들은 나집과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당 총재가 직면한 범죄 혐의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기 총선은 경제와 물가상승, 자국 통화 가치 폭락 등이 주요 선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28일(현지시간) 국영투자기업을 통해 45억 달러 규모를 빼돌린 혐의의 평결을 받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고등 법원에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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