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엔 더 좁아지는 '등용문'..지도부 진입 가능성 희박[중국 20차 당대회]
중국에서 소수민족들의 등용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진행 중이지만 당 핵심 지도부에 들어갈 소수민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당과 정부에서 소수민족의 고위직 진출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중국 고위 지도부 내에서 소수민족 대표성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과거에는 소수민족 출신이 당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에 진입하거나 부총리 또는 국무위원 등 정부 요직에 등용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갈수록 그런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현재 중국 공산당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위원 25명과 정부의 국무위원 5명은 모두 한족으로만 구성돼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이족 출신으로 2003~2013년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후이량위(回良玉)가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최고위직 인사로 볼 수 있다. 또 2008∼2013년에는 투자족 출신인 다이빙궈(戴秉國)가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지냈고, 위구르족으로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을 지낸 이스마일 아마트(司馬義 艾買提)도 1993∼2003년 국무위원으로 일했다. 이보다 앞서 1970∼1980년대에는 좡족 출신 장군으로 당 중앙정치국원을 지낸 웨이궈칭(韋國淸)과 몽고족인 우란푸(烏蘭夫) 전 국가 부주석 등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족통합을 내세운 시 주석 집권 이후 소수민족의 등용문이 더 좁아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소수민족 문제를 관할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겸 당 서기를 대대로 소수민족이 맡던 관례를 깨고 2020년부터 두 번 연속 한족을 임명한 것이 상징적인 예로 꼽힌다. 이는 민족통합을 내세우며 소수민족의 한족화 내지는 동화 정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잔 맥카시 미국 프로비던스대 교수는 “중국에서 소수민족 간부들에게 민족적 배경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며 심지어 경시되고 있다”며 “중국과 중국 문화에 대한 시 주석의 비전은 한족 중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오는 22일 폐막하는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은 당 대회 마지막 날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제20기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한다. 현재 중앙위원 200여명과 후보위원 170여명으로 구성된 제19기 중앙위원회에는 중앙위원 16명과 후보위원 22명의 소수민족이 포함돼 있다. 10% 안팎의 이 비율은 20기 중앙위원회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핵심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소수민족은 극소수다. 현재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가장 큰 소수민족 인사로는 바이족인 천이친(諶貽琴) 구이저우(貴州)성 당 서기가 꼽힌다. 다만 그 역시도 소수민족으로서보다는 현재 중앙정치국 내 유일한 여성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를 대체할 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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