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협회장 "美가 동맹유지 못하면 한일 '핵무기 포기' 재검토 가능성"

"북한에서 핵 분리하려는 시도 이미 물건너가"
핵 포기한 우크라·이라크·리비아 사례 언급하며 확산 가능성 우려

25일(현지시간) 오전 북한이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사진은 한국 서울역에 마련된 TV에서 해당 뉴스를 접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 2022.09.25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한국·일본과 긴밀한 동맹을 유지하지 않으면 두 나라가 모두 핵무기 포기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미 외교가에서 나왔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내 핵 확산을 방지하려면 미국이 두 나라와의 안보 동맹을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는 견해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19일(현지시간) CFR 홈페이지에 올린 '새로운 핵 시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하스 회장은 "미국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고려했을 때 한국 및 일본과 긴밀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 나라 모두 핵무기 포기를 재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에서 핵무기를 분리해내려는 시도는 물 건너가고 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로 남아 있어야 하겠지만, 그사이 한미일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제한을 가하는 일종의 핵 군축 제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스 회장은 오늘날 세계에서 핵무기가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핵무기를 포기한 국가들이 위기를 맞은 사례들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이후 안전보장을 받는 대가로 자국 영토에 있던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 번 침공했다. 이 사례를 보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한 나라의 안보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하스 회장은 지적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또한 핵무기를 포기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안보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는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하스 회장은 핵무기를 손에 넣는 나라가 많아질수록 하나 이상의 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 보유국들의 책임감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는 의혹도 인근 국가들의 군사 행동을 촉발해 더 큰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을 감안할 때 푸틴의 핵 무력 시위가 위험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스 회장은 강조했다.

러시아의 핵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그로 인한 대가가 이익을 훨씬 능가할 것이란 믿음을 러시아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에 합의한 뉴스타트 조약(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만료되는 2026년 초 이전에 미국이 다음 단계의 핵무기 통제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아울러 중동 지역의 핵 확산을 방지하려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외교적·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스 회장은 강조했다. 이란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하면 그 이웃나라 중 하나가 자체적으로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스 회장은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핵 문제가 냉전의 유물이라고 착각했다"며 "사실 오늘날의 세계는 핵무기를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정의할 수 있다. 진로를 바꾸는 것은 필수적이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덧붙였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