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폐플라스틱 갈등, 내일 종지부.. "상생안 나올수도"
"대기업이 시장 침탈" VS. "규모 커야 제대로 재활용"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지가 21일 결정된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탄소 감축과 친환경 경영 등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관련 사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측이 조정안을 통해 상생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21일 제72차 본회의를 열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여부를 심의하고 결의까지 마칠 예정이다. 동반위는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도 동일 주제를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었지만, 양측의 대립으로 이달로 결의일을 연기했다. 동반위는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 마감일이 이달 26일까지다. 이번이 마감일 전 마지막 본회의인 만큼 이날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27일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전국고물상연합회,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동반위에 플라스틱 선별업 및 재활용 사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최근 ESG 경영의 대두, 탄소중립 선포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대기업들이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역에 오래 뿌리 내렸던 중소 재활용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 등으로 시장을 침탈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쟁점인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진다.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수거’ 단계,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고르는 ‘선별’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거·선별된 폐플라스틱을 물리적(단순 분해) 또는 화학적(촉매·열 등을 이용)으로 분해하는 ‘재활용’ 단계다. 이 중 수거 단계는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도맡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사업을 이어가는 데 양측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선별과 재활용 단계에 대해선 양측 입장이 갈린다. 중소기업 측은 선별 단계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안 되고, 진출하더라도 ‘생활 폐플라스틱 재활용’만큼은 중소기업에서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물리적 재활용 시장에도 대기업이 진출하면 안 되고,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은 가정에서 분리배출되는 생활 폐플라스틱,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사업장에서 나오는 시설계 폐플라스틱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중소기업 측이 요구하는 생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전체 시장 1000만톤(t) 가운데 13%(130t)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폐플라스틱을 영세 수거선별업체로부터만 받아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로 공장을 돌리기 위해선 지금 있는 선별 업체보다 훨씬 발전된 시설과 규모를 갖춘 고순도 플라스틱 선별 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선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지난해 451억 달러(약 65조원)에서 오는 2026년 650억 달러(약 93조원)까지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20년 4억6000만t으로 230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재활용률은 9%에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되고 있다.
대기업 측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3년(연장 시 최대 6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시장 진입이 제한된다. 동반위 관계자는 “양측이 최근까지 세부적인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보다는 상생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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