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1야당, 24년 만에 '네루-간디' 가문 출신 아닌 대표 선출..'보여주기' 지적도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24년 만에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 아닌 인물을 수장으로 선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말리카르준 카르게 연방 상원 야당 대표(80)가 19일(현지시간) INC의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당 간부 9000여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7897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INC는 이로써 24년 만에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 아닌 당 대표를 갖게 됐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인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해 50여 년 동안 집권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9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에 잇달아 참패하면서 입지가 크게 약해졌다. 예컨대 2019년 총선에서 BJP는 연방하원 의석 543석 가운데 303석을 얻었지만, INC는 52석밖에 얻지 못해 BJP에 완패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당시 INC 총재였던 라훌 간디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제1야당 자리는 지켜냈지만 입지가 크게 줄어든 INC는 이번 당 대표 선거를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INC는 인도 최고 정치명문가로 꼽히는 네루-간디 가문의 인물이 이끌어왔다. 네루-간디 가문은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후손들로, 그의 딸 인디라 간디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가문 이름이 바뀌었다.
네루 초대 총리를 비롯해 그의 딸 인디라 간디와 손자 라지브 간디 모두 INC 대표를 거쳐 인도 총리직에 올랐다. 지난 1998년부터 2017년까지는 라지브 간디의 아내인 소냐 간디가 INC 대표였으며, 2017~2019년에는 그의 아들인 라훌 간디가 대표를 역임했다. 2019년 총선 참패 이후 지금까지 소냐 간디가 다시 대표를 맡고 있지만, 당내에선 라훌 간디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가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신임 당 대표 역시 ‘친 간디’로 분류되는 인물이라 이번 대표 선출 투표가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네루-간디 가문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게 아니냔 지적이다. BBC는 카르게 대표가 “네루-간디 가문의 충신”이라며 그의 당선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7일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네루-간디 가문과 모든 결정에 대해 상의하진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은 당을 도운 경험이 있어서 그들의 지도와 제안을 구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라훌 간디 전 대표는 선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당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카르게에게 물어보라”고 답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이미 짜인 것이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남부 카르나타카주 출신인 카르게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크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주와 비하르주에서만 하원의원 120석이 나올 정도로 북부 지역의 중요성은 큰데, 총선 참패 이후 현재 이곳에서 INC의 영향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언론인 푸르니마 조시는 카르게 대표가 전국적으로 당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힘이 없다며 “의회를 재창조한다는 측면에서 그는 당에 존재하는 공백을 정확히 메우지 못할 것”이라 BBC에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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