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에도 자율주행 '거뜬'..4D 레이더용 인공지능 개발
국내 연구진이 비나 눈이 올 때에도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자율주행할 수 있게 하는 4차원(D) 레이더용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카이스트(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공승현 교수팀은 악천후에서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돕는 4D 레이더의 주변 인지용 AI 기술을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 주로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사용한다. 그런데 카메라와 라이다의 측정 성능은 날씨에 영향을 받는 게 단점이다. 각각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쓰기 때문이다.
눈이나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성능이 떨어져 안전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카메라를 이용하는 테슬라는 햇빛 반사나 날씨 등의 영향으로 종종 자율주행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카메라는 차내에 설치할 수 있어 더러워지는 일이 그나마 적지만, 라이다는 차 지붕에 설치하기 때문에 눈이나 비, 흙먼지가 묻는 일이 많다. 이렇게 되면 전방 주시가 어려워진다.
반면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는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다. 눈이나 비, 흙 먼지 노출에도 잘 작동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평면이 아니라 공간적인 분석을 하는 4D 레이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4D 레이더와 관련한 AI 연구가 미진하다는 점이다. 레이더로 자율주행을 하려면 전방에 등장한 물체의 특징을 구분하고 향후 움직임을 예측해 차를 제어할 AI가 필수적이지만, AI를 발전시킬 데이터의 집합체(데이터셋)가 전 세계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날씨와 도로 상황에서 수많은 연구를 진행해 문제를 해결했다. 자동차로부터 70m 이내에 들어온 물체가 무엇인지, 위치는 어디인지,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를 분석했는데, AI의 분석 성공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62.5%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연구 과정에서 쌓인 13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데이터셋을 전 세계 연구자에게 공개했다. 1TB는 MP3 음악파일 25만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내놓은 셈이다. 이번 데이터셋을 활용하면 4D 레이더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전 세계 AI 기술의 발달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공 교수는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의 경우 이미 데이터셋이 방대하다”며 “이번 4D 레이더용 데이터셋 공개를 통해 관련 생태계 조성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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