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ADHD약 처방 급증..'공부 잘하게 하는 약' 둔갑 우려
ADHD약 처방받는 10명 중 6명 수도권 거주
최근 2030 젊은 여성 ADHD 환자가 늘어
지난해 서울시에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가장 많이 처방받은 지역이 강남·송파·서초·노원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련 의약품 처방이 급증한 가운데, ADHD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다시 둔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ADHD 치료제 처방자의 거주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시에서 7만 2874명이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강남(2004명)·송파(1971명)·서초(1333명)·노원(1108명) 순으로 처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ADHD치료제를 처방받은 10명 중 3명(29.5%)은 강남 송파 서초 노원구민이었던 셈이다.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노원구의 처방 인원은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강남3구는 급증하고 있다.
국내 ADHD 치료제 처방 인구 10명 중 6명은 수도권 주민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7만9037명으로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가 각각 2만 2575명(28.6%)과 2만 1085명(26.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뒤를 부산(6296명), 경남(4121명), 인천(4.7%)이 뒤따랐다.
ADHD 치료제 처방을 받은 인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처방 인원(7만 9037명)은 지난해(6만 1160명)과 비교하면 29%가 늘었고, 2017년(3만7308명)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최근 처방 인원이 늘어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돈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는 것이 신현영 의원실의 분석이다.
신현영 의원은 “과거 교육열이 높은 강남3구를 중심으로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한 적이 있었다”라며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약물 오남용의 결과로 ADHD 약물 처방이 늘어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ADHD 치료제 주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다. 1956년에 출시돼 50년 이상 판매되고 있는데,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뇌에 영향을 줘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사람이 약을 먹으면 집중력 강화돼 ‘공부 잘하는 약’ 혹은 ‘운동 잘하는 약’이라고 부르는 일도 생겼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잘못 복용하면 뇌에 심각한 자극을 줘 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이 약을 정맥주사로 투여해 쇼크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례까지 있었다. 그 결과 미국 국립보건원(NIH)ADHD 치료약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국내에서도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한다. 국내에서 ADHD약을 판매·광고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판매자는 물론 구매자까지 처벌한다.
건강한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오히려 주위 정보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해진다는 연구도 있다. 정상 시력인 사람이 돋보기 안경을 쓰면 어지러운 것과 같은 원리다. 잘못 복용하면 불면증, 식욕저하,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의 ADHD 치료제 처방 증가세가 단순히 교육열 때문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신 의원실이 받은 통계에는 연령대나 학생 인구에 대한 자료는 없다. 신 의원실 자료에서 교육열이 높은 노원구의 경우 처방 인원 숫자는 감소세이기도 하다.
오히려 의료계에서는 최근 젊은 여성에서 ADHD 환자가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ADHD로 병원을 찾은 20~30대 여성은 2016년 1777명에서 2020년 1만 2524명으로 4년 새 7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ADHD 약물이 적절하게 처방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지침 마련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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