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점령지에 계엄령.."내부 불만 잠재우고 전초기지 조성"

김예슬 기자 2022. 10. 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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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남부, 본격 전초기지 될까.."약탈·추방 합법화하지 말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열린 국가 안보회의 화상 회의서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후 불법병합을 선포한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으로 개최한 러시아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내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처를 결정했다. 계엄령은 20일부터 적용된다.

계엄령의 구체적인 내용과 계엄령 선포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얻고자 하는 것 등을 로이터와 CNN, 폴리티코 등 외신 보도를 바탕으로 톺아본다.

러시아 군대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계엄령 발동 시 이동 제한 및 강제 이주 가능

계엄령은 전시를 비롯한 국가 비상사태 시 국가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헌법 효력을 일시 중지하고,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하도록 한 국가 긴급권이다. 즉, 러시아가 침략에 직면하거나 '공격의 즉각적인 위협'에 직면했을 때 내려진다.

계엄령이 발동될 경우 △군 동원 △이동 제한 및 통행금지 △강제 이주 등을 강제할 수 있다.

러시아 법에 따라 계엄령이 내려지면 군대의 전체 또는 부분 동원이 가능해진다. 러시아에서는 이미 군 동원령이 내려진 상태인데, 이 동원령이 점령지 4곳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또 러시아 당국은 계엄령에 따라 국민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통행도 금지할 수 있다. 검문소와 차량 검사가 불시에 이뤄질 수도 있고, 당국은 최대 30일까지 사람들을 구금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 사회, 문화적 중요성을 지닌 대상을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시킨다'는 명목으로 강제 이주 조처도 허용된다.

이처럼 계엄령은 점령지 4곳을 관리하는 러시아 당국 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접경지 7곳에 경제적 동원령을 내리고, 이동을 제한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예비군 부분 동원령'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전경들에게 진압되고 있다. 2022.09.21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권력 위기 의식했나…"내부 불만 잠재우려는 시도"

당초 개전 초기에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인 선전포고를 하고 총 동원령·계엄령을 내리거나 △승리를 선언하고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역 합병을 추진하거나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개전 8개월에 접어들며 사실상 위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 외에는 모두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전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계엄령이라는 강수를 둔 데는 최근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전세(戰勢), 군 동원령 발표로 인한 러시아 국민들의 불만 등으로 인한 권력 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계속된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통제의 강화라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계엄령 선포는 그의 절망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 연설 비서관이었던 알바스 갈랴모프 정치 컨설턴트 역시 "일반적으로 이 모든 것은 외부 적과의 투쟁이라기보다는 국가 내의 혁명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외에 모인 관중을 향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헤르손·자포리자·루한스크·도네츠크)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군 점령지에선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강행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강제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우크라 남부, 본격적으로 전초 기지 될까…"약탈·추방 합법화하지 말라"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를 전초 기지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라는 데도 무게가 실린다.

이반 페도로프 자포리자주 멜리토폴 시장은 "점령지에서 대량학살이 발생할 새로운 징후”라며 “러시아는 도시 전체를 강제 추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적대 행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한다는 목적이라고 말하지만, 우크라이나 남부에 러시아 세계의 전초 기지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헤르손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주민 대피 작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헤르손 지역 친러 행정부 수반은 온라인 영상 성명을 통해 드니프로강 서안 주민 6만 명을 앞으로 6일에 걸쳐 강 동안으로 대피시키는 작전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민간인의 헤르손시 진입은 7일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약탈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계엄령 발표는 점령에 반대하는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지역의 주민들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의 법령은 무효고, 약탈과 강제 추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라며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러시아 지도부의 또 다른 범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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