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제거래 맞나요?"..급급매 속출에 속타는 집주인들 [매도 vs 보유..둘로 갈린 유주택자]

2022. 10.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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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고점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급매'가 실거래가격으로 찍히면서 해당 단지의 다른 집주인은 물론 일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워낙 안 좋은 상태에서 드물게 성사된 거래가 수억원씩 떨어져서 나오고, 급매 가격이 시세가 될 걸 우려하니 집주인들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집주인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가격에 집을 팔았냐'고 원망하지만 정말 급한 사정 때문에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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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대비 수억원 하락에 시장 술렁
집값 하락에 거래 한 건 한 건마다 예민
일부지역선 평형간 역전 현상도 나타나
집주인들 급매가격이 시세될까 우려감
가격 적절한지 아파트 커뮤니티 갑론을박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올 들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매매 활성화 수준을 나타내는 거래회전율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의 한파가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상가 공인중개소 앞에 급매물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달쯤 최고가보다 2억5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실거래가가 찍힌 적이 있어요. 요즘엔 문의가 별로 없는데 그날은 ‘그 집 실제로 거래된 거 맞냐’는 확인 전화가 몇 통이나 왔다고요. 부동산 앱에서도 이 매물이 검색이 많이 됐대요. 같은 단지에서 집 내놓은 집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도 잘못된 거래가 아닌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어요.” (서울 성북구 A 공인중개사)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고점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급매’가 실거래가격으로 찍히면서 해당 단지의 다른 집주인은 물론 일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길어지는 거래절벽에 더해 집값 하락 우려가 확산한 상황에서 등장한 거래 한 건 한 건에 시장 참여자들의 민감도도 더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갱노노 등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에선 고점보다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된 매물이 나온 단지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전국 주간 방문자 수 1위 단지에 이름을 올린 수원 영통구 원천동 ‘광교중흥에스클래스’의 경우 해당 앱 내 아파트 커뮤니티에 며칠 새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단지 84㎡(이하 전용면적·2층)가 지난달 29일 12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의 일이다.

이 단지의 84㎡는 지난해 7~11월만 하더라도 고층 기준으로 18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17일에는 동일 면적의 다른 주택형이 14억5000만원(16층)에 팔렸다. 가장 최근에 팔린 12억원짜리 매물은 저층인 데다 집주인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급매로 내놓은 것이라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했다.

그럼에도, 이 가격이 적절한지를 놓고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일부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12억원에 집을 판 매도인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내년이면 금리가 더 올라가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집값 하락론에 힘을 싣자 “우리 아파트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곳인지 몰랐다”, “남의 집을 두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집 없는 사람만 열광한다”는 등의 날 선 반응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집값이 크게 떨어진 단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용인 수지구 상현동 ‘광교상록자이’도 해당 앱에서 단지를 살펴보는 방문자수가 급증했다. 지난달 19일 84㎡(5층)가 10억70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거래된 59㎡(20층·10억8000만원)보다 1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평형 간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 단지에선 ‘하락 시작’과 ‘다지기 시작’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급매 거래를 ‘헐값 매도’로 비판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이들도 포착됐다. 안양 동안구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59㎡(8층)가 지난달 15일 최고가보다 3억4000만원 빠진 5억30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누리꾼은 “헐값에 매도한 사람 누구인가요. 본인이 급하다고 이런 식으로 이기적이게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까”, “매수자 신상 현수막이라도 단지 내 걸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야, 다음부터 함부로 헐값에 매수 못 하죠”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에선 지난 7~8월 84㎡(18·19층)가 최고가 대비 5억원 내린 14억8000만원에 손바뀜한 이후 분풀이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이웃들 재산을 다 깎아 먹고 고덕의 가치를 파괴하나”, “무책임하게 남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복적으로 이 단지를 깎아내리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올리면 대표기관 명의로 법적 조치하겠다는 경고성 글도 올라왔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워낙 안 좋은 상태에서 드물게 성사된 거래가 수억원씩 떨어져서 나오고, 급매 가격이 시세가 될 걸 우려하니 집주인들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집주인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가격에 집을 팔았냐’고 원망하지만 정말 급한 사정 때문에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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