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산불 예측하고 홍수 대피로 찾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10. 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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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기원, 산불 1주일 전에 동 단위 예측
항우연은 홍수 대응 국제 대회에서 1위
2018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대형 산불(왼쪽)이 발생했고, 같은 시기 인도에서는 홍수(오른쪽)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국내 연구진이 산불을 예측하고 홍수 대피로를 찾는 인공지능을 잇따라 개발했다./Reuter

인공지능이 우리 마을에 언제 대형 산불이 발생할지 예측하고, 홍수가 발생하면 가장 빠른 대피 경로를 파악한다. 한국 과학자들이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잇달아 개발했다. 상용화되면 산불과 홍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불 1주일 전 4㎞ 해상도로 예측

광주과학기술원(GIST)는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가 미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와 함께 산불위험도를 1주일 전에 4㎞ 해상도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4㎞ 해상도는 가로세로 4㎞ 면적을 하나의 값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100㎞ 해상도 예측만 가능했다. 윤진호 교수는 “100㎞ 수준의 정보로는 광주·전남 전체 지역에 대한 예보를 할 수 있다면, 4㎞ 때는 특정 동(洞) 단위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불 발생 위험도는 이른바 ‘산불기상지수’를 측정해 예측한다. 산불기상지수는 지표면 근처의 온도·습도·바람·누적강수량을 기반으로 산불 발생에 최적인 기상 조건을 계산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산불 예측 인공지능을 개발한 광주과기원 윤진호 교수./광주과기원

한미(韓美) 공동 연구진은 산불기상지수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동원했다. 먼저 2011~2017년의 기상예측모델 결과와 실제 관측 기상자료를 인공지능에 입력했다. 인공지능은 예측치와 실제 관측치를 학습해 스스로 예측 능력을 발전시켰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을 2018년 8월과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2건에 적용했다. 인공지능은 실제 산불 발생일로부터 최대 7일 전부터 산불위험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윤진호 교수는 “이번 방법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며 “다른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시스템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지구·환경공학부 박사과정 졸업생인 손락훈 독일 막스플랑크 박사후 연구원과 윤진호 교수가 주도했으며,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와 유타주립대 신유 왕 , KAIST 김형준, 전남대 정지훈, 경북대 임교선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기상학 국제 학술지인 ‘첨단 지구 시스템 모델링 저널(Journal of Advances in Modeling Earth Systems)’에 실렸다.

인공지능은 홍수 발생 전(왼쪽)과 후(오른쪽)에 촬영한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위성영상으로 피해를 파악하고 최적 대피경로를 제시했다. 홍수 전 영상에서 건물과 도로가 각각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홍수 후 영상에서 붉은 색은 침수지역이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수 피할 최적 대피로 제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홍수에 인공지능을 적용했다. 항우연은 “홍수 피해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최적의 대피로를 찾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지난 14일 ‘스페이스넷-8(SpaceNet-8)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스페이스넷 챌린지는 인공지능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을 겨루는 국제진대회이다. 미국 우주기업 맥사(Maxar)가 개최하고 아마존웹서비스·인텔·플래닛·카펠라스페이스·국가지리정보국 등 유수의 기업·기관이 후원한다.

이번 대회는 위성 영상으로 건물과 도로를 탐지하고 홍수로 인한 피해 여부를 확인하며, 통행 가능한 최적의 경로를 찾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 세계에서 292명이 참가해 총 1027개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제출했다.

대회는 주최 측이 제공한 홍수 전·후 훈련 데이터로 홍수 피해 분석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한 후, 일종의 시험문제인 비공개 평가 데이터에 적용해 정확도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항우연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위성활용부 연구진(오한·이훈희·이돈구·허성식·최연주 박사)은 여기서 최고 점수를 획득해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이스넷-8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한 항우연 연구진. 왼쪽부터 항우연 위성활용부 허성식 선임연구원, 최연주 선임연구원, 이돈구 선임연구원, 이훈희 선임연구원, 오한 선임연구원, 정대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홍수 지역을 탐지하고 수해복구를 위한 통행 가능 경로를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이라며 “집중호우나 태풍이 발생할 때 재난 대응과 복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항우연이 운용하는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영상의 자동 분석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홍수 외 다른 재해·재난 탐지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확장하겠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참고자료

Journal of Advances in Modeling Earth Systems, DOI: https://doi.org/10.1029/2022MS00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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