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폭행에 성추행 누명 씌웠다..초6 집단괴롭힘에 무너진 초5
주범 '출석정지 10일'..학교 측 "편지 읽고 마음 풀리길"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한 학급 위 상급생에게 사흘간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 가해자로 허위 신고 당했다며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주도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출석정지 단 '10일'이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5학년 A군이 지난 3월 6학년 B군 무리에게 학교 폭력을 당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연이 19일 SBS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웃음이 많고 친절해 지난해에는 학급회장도 맡았던 A군은 지난 3월 11일 이후 다른 아이가 됐다.
이날 오후 6학년 형들이 자전거를 타던 A군에게 "야, 일로 와봐"라고 말을 걸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무리 가운데 B군은 "내가 여기 학교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데, 누가 더 센지 보자. 싸우자"면서 다짜고짜 A군을 때렸다. 다른 학생들은 폭행 현장을 구경하기만 했다.
다음날에도 A군은 B군 일행에게 끌려다녔다. B군은 A군에게 "6학년 여학생에게 'XXX야'라고 욕해라. 욕 안 하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했다.
당시 영문을 모르던 여학생들은 A군을 근처 구석으로 몰아넣고 "왜 욕을 하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A군의 팔이 한 여학생의 신체에 닿았다.
B군 일행은 또다시 A군을 폭행하고, A군의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이후 그날 밤, B군은 낮에 마주친 여학생 등 9명이 있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A군을 초대했다. 대화방에서 B군은 "A군이 신체 접촉을 좋아하더라"라며 성추행 가해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도 이에 동조했고, A군에게 4시간 넘게 사과를 강요했다. 결국 참다못한 A군이 "너희가 이렇게 안 믿어줄 바에는 내가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그러나 B군 무리는 이를 말리기는커녕 종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A군은 너무 힘든 나머지 옥상에 올라가려고 했다는 게 A군 어머니의 주장이다.
A군이 B군 무리를 처음 마주치고 이틀이 지난 13일에도 폭행은 계속됐다. B군 일행은 A군을 불러내 이번에는 "성추행을 사과하라"며 폭행했고, 심지어 A군을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했다. B군은 센터에 '성추행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A군을 옆에서 때리기까지 했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 뒤에야 그동안 있었던 일을 알 수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 보니 A군은 사흘간 폭행으로 왼쪽 무릎이 골절된 상태였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교육지원청은 B군 등 가해 학생 9명에게 각기 다른 처분을 내렸다. 폭행을 주도한 B군은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B군 등을 기소 의견으로 수원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그러나 학교 측 대처가 미흡한 탓 A군은 계속 무너졌다.
학교에서 이동할 때는 교사가 반드시 동행하고, 가해 학생들은 접근 못 하게 하겠다는 교장의 말을 믿고 A군을 설득해 보냈으나, A군은 B군과 학교 복도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다.
A군은 "그 형이 또 째려보면서 쫓아올까 봐 무서워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A군 어머니가 황급히 교장실을 찾아갔는데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교장은 "A군에게 학교를 나오라는 소리도 못 하겠고, 나오지 말라는 소리도 못하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관계자는 A군에게 가해자들의 편지를 읽어보라며 "편지 받으면 확실히 마음이 조금은 풀릴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A군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과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교육지원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추가 조치를 위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다시 열 수 있다고 했다.
한편 A군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지만 무섭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생님들이랑 형, 누나들 때문에 불편해서 못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A군은 폭행 사건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이명, 공황장애를 앓게 됐고 최근에는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
A군 어머니는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 자면서도 운다. 어느 순간부터는 갑자기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더라"라며 "앞이 안 보인다고도 했다. 안압이 높아져서 그러는 건데, 횟수가 잦다 보면 30대 안에 실명될 거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증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 그거(폭행 장면)를 다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촬영해야 한다는 얘기지 않냐. 그 어린애가 불편해가면서 그게 가능한 건지"라며 "아이가 또 상처받을까 봐 학교를 못 보낸다"고 토로했다.
A군은 "눈이 이상해서 보건실에 가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선생님들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일단 올라가라고 하셨다"며 "처음엔 (학교에) 바라는 점이 많았는데 지금은 필요 없는 것 같다. 제가 다니는 학교 때문에 살기가 싫다"고 전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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