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심리적 저항선' 150엔 돌파..32년만의 엔저
물가상승률은 31년만에 최고
엔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20일 장중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4시42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것은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엔화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달 22일 달러당 145.9엔에서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에 나섰으나, 일시적으로 140엔대 초반으로 하락했을 뿐 다시 10엔 가까이 올랐다.
역대 엔·달러 환율을 보면 1990년 8월 달러당 151엔대를 기록했고 아시아 외환위기를 맞은 1990년대 후반에도 엔저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엔화 가치는 지속해서 상승해 2011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75엔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10엔선을 유지해 왔다.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의 주 원인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과의 금리차 등이 꼽힌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고 있으나 일본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서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참의원 회의에서 최근의 급속한 엔화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기적 움직임으로 인한 과도한 변동성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는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약 105조49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상반기 총수출액은 49조5762억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했으나 총 수입액이 60조5837억엔으로 44.5%나 늘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의 국제 가격 상승과 달러당 150엔대에 육박하는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수입액이 많이 늘어나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됐다.
과거에는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 일본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커져 무역수지 흑자에 도움이 됐지만,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하고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엔화 약세는 저물가가 고착된 일본에서도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려 시민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8월에 2.8% 오르는 등 5개월 연속으로 2%대를 기록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일본은행은 오는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22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7월에 발표한 2.3%에서 2%대 후반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대 후반의 물가 상승은 소비세 증세 영향 등을 제외했을 때 ‘거품 경제’ 후반 국면이었던 1991년의 2.6% 이후 31년 만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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