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 열자 어르신들이 달렸다..6% 예금에 '오픈런' 속출
시중은행 예금 금리도 5% 턱 밑까지
19일 낮 12시30분, 서울 중구 삼일대로 대신파이낸스센터 3층 대신저축은행 본점 앞. 엘리베이터가 설 때마다 어르신들이 쏟아져 나와 은행 쪽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은행 안에는 먼저 온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30여석 정도 돼 보이는 좌석은 빈자리가 없고, 몇몇은 서서 기다렸다. 은행 입구에는 직원 2명이 어르신들을 막고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오늘 번호표는 오전 11시쯤 이미 마감됐어요. 돌아가셨다가 내일 다시 오세요. 지금 들어가도 소용없습니다.” 대신저축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연 5.7%인 예금상품을 특별 판매했다. 20일까지 이틀간 판매하는 이 특판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수백명이 이곳 영업점을 찾았다. 입구에 선 직원은 “아침 7시부터 줄을 섰다. 지금까지 헛걸음하신 분들만 100명이 넘는다. 방금 나가신 분도 4시간 만에 차례가 돌아와 겨우 가입하셨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로 올라서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자 이런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식 등 변동성이 큰 자산에 몰려있던 여윳돈이 예·적금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의 모습이다. 금융권 경쟁에 ‘예·적금 갈아타기’, ‘빚내서 예금’ 등 소비자들의 재테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를 보면, 디지비(DGB)대구은행은 지난 17일 ‘디지비함께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연 4.9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으로 금리 수준이 제1금융권 중 가장 높다. 수협은행은 ‘에스에이치(SH)평생주거래우대예금’에 12개월 만기의 경우 연 4.9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비엔케이(BNK)부산은행의 ‘더특판 정기예금’도 12개월 만기에 연 4.70%를 제공한다. 5대 은행으로 좁혀 보면 이날 기준 최고 금리를 주는 곳은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 예금’으로 12개월 만기에 연 4.65%가 적용된다.
제1 금융권이 예금 금리를 올리자, 저축은행들은 ‘연 6%’라는 더 비싼 이자를 꺼내 들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이날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6.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케이(OK)저축은행도 이날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1.25%포인트 올렸다. 대표 상품인 ‘오케이안심정기예금’ 금리는 연 5.3%까지 올랐다. 웰컴저축은행도 이날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5.35%까지 인상했다.
예·적금 갈아타기도 성행 중이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퇴계로 민국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50대 김아무개씨는 “1년마다 자동 재가입되도록 해둔 예금 금리가 열흘 전 연장됐는데, 금리가 4.25%였다. 오늘 정기예금 금리가 5.1%로 올랐길래 갈아타려고 왔다”고 말했다.
일부는 예·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고금리 예금 상품에 투자하기도 한다. ‘빚내서 투자’가 아닌 ‘빚내서 예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예·적금으로 담보 대출을 받아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차액을 얻으려는 고객들도 있다”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더 오를것으로 예상해 선제적으로 수신 금리를 올려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번에 여윳돈을 1년짜리 정기 예금에 몰아 넣기보다 기간별로 나눠 예치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김대수 신한피더블유엠(PWM)여의도센터 피비(PB)팀장은 “3개월, 6개월, 1년 등 기간을 분산해 가입해뒀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가장 높은 금리 예금에 재예치하는 것이 좋다”며 “기존 가입한 예금의 경우 가입 뒤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갈아타고, 수익이 부진한 채권형 펀드도 예금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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