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변리사가 본 창업의 구분, 잊지 말아야 할 것

엄정한 BLT 파트너 변리사 2022. 10.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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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 기고입니다. 특허법인 비엘티의 파트너인 엄정한 변리사는 2013년부터 2000곳이 넘는 스타트업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 변리사입니다. 마루180, 창업진흥원 등 여러 액셀러레이터에서도 멘토로 활동했었습니다.

“20살부터 창업을 했었습니다. 크고 작은 아이템으로 여러 차례 했고요, 엔젤투자도 50회 넘게 했어요. 그렇다보니 스타트업이 처한 처지를 너무 잘 알죠. 스타트업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요. 그렇게 보다보니 자신이 어떤 창업을 하는지, 특허를 통해 어떻게 후발주자에게 장벽을 쌓아야 하는지 모르는 창업자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안타까웠습니다.”

오늘은 엄 변리사님이 변리사의 관점에서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기고로 준비했습니다. 특히 특허나 저작권 관련 이슈가 있는 창업가와 기업이라면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슬랙(Slack)과 같은 혁신적인 기업의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40에 창업하여, 슬랙의 개발 후 7년이 지난 후에야 급격한 성장이 시작되었다. 슬랙은 그룹웨어 기업들보다 빠르게 고도성장하였으며, 이메일이 지배하던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혁신을 추구했고, 수평적 문화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다.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향상을 경험한 기업들이 슬랙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세일즈포스에 의해서 277억 달러(약 32조원)에 인수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이라는 마약을 끊고 용감하게 창업에 나서지만 막상 준비가 안 된 창업가들은 길을 잃고서 헤매기도 한다. 이들이 헤매는 이유를 살펴보면 막상 자신이 선택한 사업 아이템이 정확히 어떤 분야에 속하는지 알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창업은 문화창업, 서비스창업, 기술창업으로 나뉘어지며 그 사업적 속성과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 구성전략이 완전히 다르다.

‘문화창업가’가 기술에 집착하다가 서비스 출시는 되지 않고 돈만 쓰다가 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기술창업가’가 기술개발에 집중하지는 않고, 영업에만 신경쓰다가 결국 기술이나 제품은 만들지 못하고 인건비만 쓰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창업가’가 영업과 직원관리에 신경쓰지 않고 비즈니스모델 특허만 획득하는데 집중하다가 결국 제대로 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여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에는 ‘문화창업, 서비스창업, 기술창업’으로 대표되는 3가지 분야가 있으며, 고객의 성향, 직원들의 마인드, 갖춰야 할 공동창업자, 사업 아이템, 중요한 지식재산권 등 모든게 다르다. 하나씩 살펴보자.

◇문화창업은 저작권 비즈니스

문화창업은 콘텐츠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창업을 말한다. 시, 소설, 미술, 뮤지컬, 음악, 영화, 영상 등 인간이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말한다. 뽀로로, 싸이, BTS, 지드래곤, 라바, 또봇, 걸그룹 같이 케이팝 가수에서부터 만화 캐릭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영국 등이 잘하는 것이 이 분야 비즈니스다. 중국도 풍부한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기에 조만간 문화창업 분야 수입이 많아 질것으로 기대된다. 일부는 중국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이 있는데, 아편전쟁 이전의 3,000년 동안 세계 1위 국가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야기도 많고, 그것을 돈으로 만드는 방법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중국이 곧 기술적 우위를 얻게되면 그 다음은 문화적 우위를 되찾으려 할 것이고, 미국의 디즈니, 할리웃과 같은 문화창업 기업들이 중국에서도 발원하게 될 것이다. 역시나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를 갖고있는 우리나라는 문화창업가들에 의한 비즈니스가 국가수익의 상당한 비율을 갖게 될 것이다.

문화창업으로 대변되는 콘텐츠 비즈니스는 저작권, 상표권 비즈니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저작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쪽 비즈니스는 문화예술의 저작물 보호를 위해 1886년 스위스 베른에서 체결한 ‘베른협약’을 기본 룰로 두고 있다. 국가간 교류의 룰도 분명한 편이라 국제적인 협업이나 거래 등이 어렵지 않다. 따라서 쉽게 글로벌 진출이나 콘텐츠 수출 등의 사업화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디지털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유쿠,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을 통해 돈을 크게 쓰지 않고도 쉽고 빠르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콘텐츠 판매도 할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수출만큼은 다른 창업 분야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 예를 들어,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온라인을 통한 문화 창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창업 스타트업은 콘텐츠가 전부다.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사랑하는 팬들을 모아야 한다. 팬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문화창업 비즈니스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어렵게 만들어낸 콘텐츠를 강력한 ‘저작권’으로, 상품에 화채된 콘텐츠를 ‘디자인권’으로 보호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디즈니가 좋은 선례가 되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콘텐츠 생산은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 의미하지 않으며 고객들에게 ‘즐길 거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세계관’과 ‘아티스트’가 문화창업의 핵심 콘텐츠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워즈>와 <에반게리온>도 세계관을 제시하고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잘나가는 문화창업 기업들이 보유한 콘텐츠들을 보자. 팬을 중심으로 팬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재확산한다. 최근에 NFT(대체불가능토큰)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아티스트 플랫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문화창업가들이 지나치게 기술에 빠져서는 안된다. 그러한 기술로 ‘어떤 문화’를 만들것인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한 후 NFT 사업을 시작하라. 문화창업의 본질은 팬들을 우리 콘텐츠와 사랑에 빠지도록 하고, 팬들과 즐겁게 노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은 따라온다.

◇서비스 창업은 판을 뒤집을 생각으로

서비스창업은 사람들의 욕구를 해소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기존의 낡은 서비스를 혁신하는 비즈니스이다.

서비스창업에서는 시장 파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 시장의 판을 뒤집을 정도의 사업 전략이 아니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가격 비교 서비스인 <다나와>는 기존의 전자제품 유통의 본산이라 할 수 있던 용산 전자상가(원효상가, 나진상가 등)를 뒤집는 파괴적 혁신을 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의 전단지 산업과 전화번호 안내산업 그리고 주문음식 배달산업 등의 판을 완전히 바꿔 놨다. <아마존>의 커머스 서비스는 전 세계 쇼핑몰들을 뒤집어놨고 아마존의 웹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술의 새로운 표준으로 불릴 정도로 기존 서버 시장을 ‘파괴적으로 혁신’했다.

서비스창업을 준비한다면 기존 서비스들로 돌아가던 ‘판’을 완전히 뒤집을 생각으로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 서비스 마진이 작고,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는 기존 시장을 완전히 뒤집는 서비스가 아닌 이상 영업이익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 중국 등의 거대시장은 틈새(니치)를 점령해도 상당한 규모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신 기술창업처럼 오래걸리지도 않고, 반짝이는 아이디로 신속하게 사업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창업의 주된 모델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던 서비스 산업을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연결시켜 시장을 확장하는 O2O(Offline to Online)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다. 서비스 모델에서 시작하더라도 플랫폼으로 진화해 낮은 마진을 타개할 부가적 수익 모델을 만들면 장기적 생존이 가능하다. 그리고 비즈니스모델 특허(BM특허)와 상표권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축한다면 기업의 수익모델 방어가 가능하다. 다만, 기술적 장벽이 낮기 때문에, 서비스창업으로 돈을 벌었다면 기술적 장벽을 쌓는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너무 쉬우면 기회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허와 기술은 다르다

기술창업은 기술적 혁신에 관한 비즈니스다. 1) 더 싸게 만들거나 2) 더 비싸도 사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창업이다. 샤오미의 경우 기존에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과 비슷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더 싸게 만드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괜찮은 디자인과 괜찮은 성능의 제품을 싸게 파는 방식의 기술창업에 성공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애플은 비싸도 사고 싶게 만드는 기술과 디자인 즉 ‘유니크함’이 코어다. 만약 우리 회사가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기업의 제품보다 더 싸게도 혹은 유니크함을 제시할 수 없다면 기술창업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술창업 기업이라면 기존 30만 원짜리 카메라를 10만 원에 공급하는 기술을 보유하거나, 기존 30만 원짜리 카메를 50만 원으로 높이되, 고객들이 살 수밖에 없는 ‘유니크함’을 제공해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액션캠 영역에서 벌어지는 기술전쟁은 돈을 더 주더라도 사고싶을 정도의 제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창업에서 특허는 핵(Core)이다. 특허와 기술은 다르다. 특허는 기술의 씨앗이 되는 ‘아이디어’를 담는 그릇이다. 좋은 변리사를 만나면 나중에 경쟁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좋은 특허’를 확보할 수 있다. 대형 특허법인을 선택한다고 ‘좋은 변리사’를 만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창업자의 사업영역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변리사가 좋은 변리사이다. 요즘에는 변리사가 아니면서 명의를 대여하여 싼값에 온라인으로 기술창업가들을 기만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조심해야한다. B2B 분야에서 ‘납품’을 해야하는 기업들도, B2C 분야에서 ‘카피’를 막아야하는 기업들도 제대로 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것이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보험없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는 있겠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의 리스크와 데미지는 상당하다. 기술창업기업의 투자유치의 과정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 해외수출시에도 IP(지식재산권)이 없는 기업은 사업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기술창업의 핵심인 1) 가격을 낮추는 노하우, 2) 더 비싸도 사고 싶게하는 기능 이 두가지 모두 제대로 된 특허를 통해서만 보호가 가능하다.

최근 발간한 책 <기술창업36계>에서 그동안 경영이나 마케팅 혹은 창업과정 등에서 기술창업가들의 부족함을 많이 봤다. 돈도 많이 날렸다. 때로는 2000%의 수익률도 얻었다. <기술창업36계>에서는 나의 직접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의 A to Z를 다루었다. 기술창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지만 문화창업, 서비스창업 등 다른 분야의 창업가들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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