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랐는데 임금은 왜".. 폭발한 각국 시민들 거리로 [뉴스+]

조성민 2022. 10.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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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전역서 임금인상 시위 물결
정유·교통 등 생활 필수 시설 파업 장기화.. 시민 불편
유럽 러시아 제재 반대하는 여론도 높아지는 모양새
남아공 물류파업으로 유럽 에너지 위기 심화할 전망

물가가 치솟아 생활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세계 각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실질 임금(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적인 임금)이 마이너스가 되며 생활 수준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가스 공급 등을 중단한 탓에 물가가 더욱 급등한 유럽 전역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는 높은 물가에 항의하고,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와 파업이 잇달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임금 인상을 위한 전국적인 파업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전국단위 시위…“물가보다 임금 올려달라”

프랑스 각지에서는 높은 유가와 물가로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마르세유, 스트라스부르, 렌 등 주요도시에서 1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에너지 요금 인상과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사, 철도, 보건 종사자 등은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행진을 벌이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발단은 3주째인 정유업계 파업으로 에너지난이 더욱 가속화한 것에서 비롯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전국 주유소의 약 28%가 휘발유와 경유 등을 다 소진한 상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각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대해 치솟는 기름값 등 물가 상승에 따른 책임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리옹=AP뉴시스
프랑스 정유업계발 파업은 다른 산업 및 공공부문 노조들에의 반발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최대 규모의 노조 중 하나인 CGT(노동총동맹)는 최근 다른 부문의 근로자에게 더 광범위한 파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파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파업에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혀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협상의 시간은 끝났다”며 “노동자 대다수를 대표하는 다른 노조와 합의가 이뤄졌을 때 CGT가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장기화하는 파업사태에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프랑스 엘라베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은 39%, 반대는 49%, 무관심은 12%로 조사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폐쇄된 영국 유스턴 역에 한 직원이 서 있다. 아슬레프 노조 소속 기관사 9000명이 임금과 조건을 놓고 줄줄이 대규모 파업에 참여하면서 영국 내 철도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다. EPA연합뉴스
◆임금인상 시위 영국·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번져

같은 이유로 고통받는 영국·독일 등 타 유럽 국가 시민들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최대 노조인 공공부문 노동조합 유니슨(Unison)은 국가보건서비스(NHS) 노조원 40만6000명을 대상으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27일부터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 이들은 영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이들에게 약 4%의 임금인상 제안을 했다. 8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9.9%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 노조는 민간 부분의 평균 인상률(6.8%)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육상인입시설이 있는 독일 루브민에서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숄츠(총리)와 하베크(경제장관)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시위대는 노르트스트림2를 가동할 것을 촉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난했다. 루브민=AP/DPA연합뉴스
이들 뿐 아니라 영국에서는 최근 수개월 사이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철도 노동자 약 4만명이 임금인상과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에 나섰고, 8월에는 항구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몇 주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에너지 요금 상한제, 취약가정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 대러 제재 종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독일 베를린, 포츠담, 라이프치히 등에서 시위자들은 복지 지급을 늘리고 더 저렴한 주택 및 기후 정책 등을 요구했다.

유럽 전역에 물가상승과 에너지난으로 시위가 이어지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여론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아이팝이 최근 프랑스와 독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제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프랑스 67%, 독일 66%로 나타났다.

◆남아공 물류파업에 유럽 에너지 위기 심화 전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철도 노동자들이 지난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남아공 국영 물류 기업 트랜스넷 노조의 파업으로 남아공 더반항의 컨테이너와 자동차 터미널 운영은 마비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국영물류기업 트란스넷 노동자들이 전국적 파업을 하며 선박 컨테이너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트랜스넷 사측은 최대 5%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자 측은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임금 8%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물가 상승률이 7.6%에 이른 만큼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유럽연합(EU)에 대한 석탄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재 전문매체 몬텔은 남아공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석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유럽에 대한 석탄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EU는 러시아 제재안의 일환으로 러시아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남아공, 호주 등에서 석탄을 수입했다. 아프리카 매체 아프리카뉴스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 국가들의 남아공 석탄 수입은 300만톤이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넘게 늘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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