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제조·분석 한 번에.. 비메모리 혁신 연구 지원
지난달 26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팹(FAB). 이곳은 DGIST 캠퍼스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는 시설이다. 전용면적 4431㎡(약 1340평) 규모의 3층 건물에 마련된 팹은 클린룸과 반도체 설계실, 분석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날 찾은 클린룸은 실제 기업의 반도체 공장을 옮겨 놓은 듯했다. 클린룸은 반도체 제조를 위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곳을 말한다. 1596㎡(약 484평) 규모의 클린룸은 방 8개로 구성돼 여러 장비를 갖췄고, 단계별 반도체 제조 공정이 이뤄진다. 이날 클린룸 한 공간인 포토룸에서는 불필요한 영역의 박막을 식각하기 앞서 그 위에 판화 하듯 회로를 그리는, 일명 ‘사진 찍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방은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가 반응하지 않도록 조명도 노란빛으로 맞춰졌다. 홍상훈 DGIST 기획처 기획조정실장은 “클린룸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반도체 소자인 CMOS를 제작하는 약 150단계를 모두 한군데에서 진행할 수 있다”며 “이는 단지 실험실 수준의 우수한 논문 작성을 넘어서 실제 창업, 사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설계부터 제조, 분석까지 한 번에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 있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 세계 1위다. 반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미국과 대만이 선두 주자다.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더 작은 나노 단위의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비메모리와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혁신적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DGIST는 연구 기관으로는 국내에서 몇 없는 팹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분석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상용화된 반도체뿐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인 뉴로모픽 반도체 등의 연구도 지원한다. 특히 DGIST는 센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센서는 단순한 전자 부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전자 부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센서에 반도체 공정이 도입되면서 고성능 소자로 바뀌었다. 홍 실장은 “이전에는 전체 센서 가운데 반도체 형태로 만드는 것은 1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70%로 늘어났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센소리움연구소도 신설했다. 연구소에서 개발한 센서를 팹에서 제조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DGIST는 학내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대구형 반도체 팹(D-FAB)’도 구축할 예정이다.
◇산학연 114곳에서 시설 활용
산업체와 학교, 연구소들이 DGIST 팹의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산학연 114곳에서 DGIST 팹을 활용했으며, DGIST는 연간 총 2만4652건 장비 활용을 지원했다. 홍 실장은 “반도체 연구·제조를 하는 중소기업들이 모두 클린룸과 반도체 공정 장비를 구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팹에 중소기업들이 임차료를 내고 입주해 반도체를 연구·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지에이치테크는 5G(세대) 광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재료연구원은 에너지 절감형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 경북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전기연구원 등도 DGIST 시설을 활용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DGIST는 시설을 활용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대기업보다는 작겠지만, 센서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의 시제품 제작과 소규모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양 DGIST 총장은 “파운드리 능력이 입증되면 반도체 센서 기업들도 DGIST 주변에 입주하게 될 것”이라며 “DGIST를 중심으로 반도체 센서 연구 단지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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