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미군들, 고액 보수 받고 UAE·사우디서 군사 컨설팅"
장성 15명, 무함마드 고문으로
"전문성·영향력, 돈과 맞바꿔"
최고위급 장성들을 포함한 미국 퇴역 군인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인권침해와 정치적 탄압으로 악명 높은 중동 국가들을 위해 일하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미군과 국무부로부터 확보한 4000쪽 이상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WP는 “2015년 이후 500명 이상의 미 퇴역 군인들이 외국 정부의 민간 계약자 또는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자신의 군사적 전문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돈과 맞바꿨다”면서 “이들 중 대부분은 사우디, UAE, 기타 걸프만 왕국들에서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해당 국가의 군사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장성 15명은 사우디 국방부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고문으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미국 정보기관이 2018년 사우디 출신 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지낸 키스 알렉산더 예비역 중장은 카슈끄지 암살 두 달 후 국무부로부터 사우디 취업 허가를 받았다. 알렉산더 전 국장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이버 안보대학 설립을 도왔으며 2020년까지 사우디 관련 업무를 계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마티스 예비역 해병대 대장은 장관이 되기 전 UAE 군사 고문으로 일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존스 예비역 해병대 대장은 2017년 사우디 취업 허가를 받고 사우디 국방부의 군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존스 전 보좌관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 직후 사우디 업무를 확장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카슈끄지 사건 직후 워싱턴에서 사우디 정부 로비 업무를 맡았던 미국 기업의 상당수가 사우디와 관계를 끊은 것과 대조적이다. 존스는 현재 전직 장성 8명과 32명의 퇴역 군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존스 전 보좌관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에 충격을 받았고 경악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사우디를 위해 일하는 것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미 퇴역 군인들을 가장 많이 고용한 나라는 UAE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 7년 동안 미 퇴역 군인 280명이 UAE의 군사 컨설턴트로 일했다.
UAE군은 예멘과 리비아 내전에 개입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역 군인들은 두둑한 보수를 받았다. 전직 장성들은 적게는 수십만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달러를 받았다고 WP는 전했다.
한 전직 공군 장성은 아제르바이잔 정부에서 컨설팅 비용으로 하루에 5000달러(약 714만원)를 제안받았다.
전직 국방부 관료들과 퇴역 군인들이 설립한 한 컨설팅 기업은 카타르 정부와 2360만달러(약 337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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